[조범현의 야구學] ‘눈-하체-어깨’ 3박자, 도루저지의 세계

입력 2017-06-0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IA 김민식.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이라 불리는 포수는 막중한 임무만큼이나 기본적인 소양이 요구되는 자리다. 상대의 뛰는 야구를 차단하는 도루저지 역시 여러 덕목 가운데 하나다. 손쉽게 득점권 기회를 허용하느냐 여부는 막판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포수의 도루저지 능력은 중요하게 평가된다. 물론 명사수가 되기 위한 조건과 과정은 까다롭다. 주자의 위치와 타자의 성향, 경기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송구자세, 풋워크 훈련법은 천차만별이다. 현역시절 3년 연속 5할 이상, 11년 통산 0.374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한 조범현 전 감독은 “도루저지는 어깨가 아닌 눈과 다리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도루저지의 세계에 대해 야구기자 2년차 고봉준 기자가 묻고, 조 전 감독이 답했다.


Q : 도루저지 능력은 포수를 평가하는 잣대 중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꼽히곤 합니다. 도루저지가 팀 그리고 경기 전체에 끼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A : 수비 입장에서 도루는 곧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가 진루함을 뜻합니다. 여기에 2루 도루는 더블 플레이 기회가 사라짐을 뜻하죠. 결국 실점 확률이 높아지면서 수비진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우선 도루를 허용하는 순간 배터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비진 전체가 덩달아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수비 입장에선 부담이 몇 배 이상 커지게 되는 셈이죠. 물론 도루허용이 한 두 차례에 그친다면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가 한 게임에 여러 차례 나오고, 한 시즌에 걸쳐 계속된다면 수비진 서로의 신뢰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도루저지 능력이 뛰어난 포수가 더욱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 그렇다면 좋은 포수로 성장하기 위해선 도루저지 능력을 갖추는 일이 필수일 듯한데요. 모든 포수들이 거쳐야할 훈련단계와 감독님만이 갖고 계신 노하우를 부탁드립니다.

A : 첫째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포구입니다. 도루저지는 기본적으로 공을 받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이와 동시에 중요한 부분이 하체 움직임입니다. 2루 혹은 3루 도루 상황에 맞는 풋워크가 동반돼야 도루저지 능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이 어깨입니다. 사실 어깨 강도에 따라 훈련법은 둘로 나뉩니다. 강견인 선수는 포구 훈련에 시간을 더욱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풋워크에 시간을 더욱 쏟아야합니다. 강한 어깨는 훈련으로도 만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죠. 따라서 어깨가 약한 선수는 포구 위치에 따른 풋워크 훈련을 강화해야합니다. 공의 좌우, 상하 움직임에 따라 발생하는 풋워크 방법을 몸에 익혀야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야구는 변화구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풋워크 시간에서도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어 강견이 아닌 선수들도 높은 도루저지율 달성이 가능합니다.

19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1사 1,2루에서 2루 주자 LG 채은성이 3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Q : 여기서 궁금한 점은 포수가 도루를 어떻게 눈치 채느냐 인데요. 흔히 내야수들의 콜과 함께 포수가 도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A : 콜을 듣고 움직이게 되면 너무 늦습니다. 미리 파악을 해야 시간을 줄일 수 있죠. 3루 도루의 경우 포수 시야에 어느 정도 들어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2루 도루는 타자가 좌타일 경우 시야가 가리게 되죠. 따라서 포수는 늘 한쪽 눈을 주자에 두어야합니다. 투수와 공을 바라보는 시선도 중요하지만 주자 움직임에 끊임없이 신경을 기울이는 일 역시 중요합니다.


Q : 현대야구에서는 포수뿐만 아니라 투수의 도루저지 능력 역시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수준급 외국인선수들이 KBO리그에서 쓴맛을 본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는 평가인데요.

A : 당연합니다. 흔히 슬라이드 스텝으로 일컫는 퀵모션은 주자의 스타트를 뺏는 데 탁월한 효과를 지닙니다. 사실 주자가 도루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스타트입니다. 3S(스타트, 스피드, 슬라이딩) 중에서도 스타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죠. 때문에 투수가 투구 포인트에 변화를 주면서 스타트 기회를 차단해줘야 합니다. 참고로 많은 외국인투수들이 KBO리그에서 고전했던 이유가 퀵모션에 있습니다. 동양야구가 익숙지 않은 선수가 오면 스프링캠프부터 코칭스태프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 강조를 합니다. 느리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이죠. 다만 퀵모션은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합니다.


Q : 그렇다면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수많은 은퇴·현역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명사수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포수를 꿈꾸는 유망주들에게 도루저지와 관련된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A :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래도 굳이 꼽아보자면 박경완(은퇴), 진갑용(은퇴), 조인성(한화), 강민호(롯데)가 먼저 떠오르네요. 물론 저를 포함한 모든 포수들은 도루저지에서만큼은 뒤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없을 듯합니다. 도루저지는 곧 포수의 기본능력이기 때문이죠. 어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방금 이야기한 하체입니다. 도루저지는 물론 포수의 공수 뒷받침엔 하체가 있습니다. 하체 힘을 꾸준히 길러놓으면 두고두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한화 조인성. 스포츠동아DB


정리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