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뜬공의 시대, BABIP의 시대

입력 2017-06-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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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kt 김진욱 감독은 최근 툭 던진 것 같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말을 했다. “우리 팀 타자들의 땅볼 비율이 너무 높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kt는 득점력 저하로 고전하고 있다. 5일까지 팀 득점 240점은 LG(230점) 다음으로 적다. 팀 OPS(출루율+장타율) 0.711은 전체 최하위. 한마디로 위협적이지 못한 야구를 한다는 뜻이다. 그 진단을 김 감독은 ‘타구의 질’에서 찾은 것이다. 김 감독 통찰처럼 2017년, KBO리그는 ‘뜬공의 시대’다. 그리고 BABIP(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의 시대다.


● 뜬공의 시대

통계적으로 봤을 때, KBO 현역 최고타자로 통하는 KIA 최형우는 땅볼/뜬공 비율은 0.79개다. 즉 뜬공 1개에 땅볼 0.79개 비율이란 의미로 그만큼 뜬공이 많이 나온다는 뜻이다. 여기서 뜬공은 포물선을 그리는 타구와 빨랫줄 타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뜬공의 범위에 장타 혹은 정타가 그만큼 많이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땅볼에 비해 운이 개입될 여지가 적은 타구를 양산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롯데 이대호의 땅볼/뜬공 비율도 0.64개다. 롯데 타자 중에서 이례적인 수치다. 한화 김태균도 0.71개꼴이다. 2017년 KBO에서 가장 ‘핫’한 SK 타자들의 땅볼/뜬공 비율도 단연 돋보인다. 김동엽 0.75개, 이홍구 0.53개, 최정 0.40개 그리고 로맥은 0.26개꼴이다.

반면 kt는 핵심타자 중 박경수(0.60개), 유한준(0.91개) 정도가 땅볼/뜬공 1개 미만 비율이다. LG도 땅볼타자가 많이 분포한 편이다. 확률적으로 땅볼은 병살타의 위험이 높고, 수비수에게 걸려 아웃될 가능성이 올라간다. 이는 곧 득점력 저하의 개연성을 불러온다.

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BABIP 신(神)’을 찾아서

‘머니볼’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BABIP는 더 이상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피안타율에 대비해서 BABIP가 높은 투수는 그만큼 수비 지원을 받지 못했거나 운이 없었다고 봐줄 수 있다. 2016년 BABIP가 높았던 kt 마무리 김재윤이 5일까지 방어율 0인 것은 2016년의 불운을 보상받고 있는 셈이다. 2016년 BABIP가 예년에 비해 낮았던 SK 마무리 박희수가 2017시즌 고전하는 것도 결국 평균으로의 수렴이다.

반대로 타율에 비해 BABIP가 높은 타자는 ‘땅볼타구가 수비수 사이로 빠지는 안타가 많았다’는 운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타자는 홈런타자가 아닌 한, BABIP 숫자를 올려야 안타 확률을 키울 수 있는 것이 필연이다. KBO리그를 선도하는 넥센 선수들이 BABIP의 개념을 이해하는 현실은 우연이 아니다.

kt 김재윤-SK 박희수(오른쪽). 스포츠동아DB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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