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레너드 부상 책임져라? 팬들 손배 청구 인정될까

입력 2017-06-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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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이 레너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고의 또는 과실·위법·손해 ‘손배 3요건’
파출리아 수비는 정당행위 해당 가능성
‘티켓 가치 하락’ 팬들 주장 인정 어려워


얼마 전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의 팬들은 골든스테이트의 자자 파출리아 선수와 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언론에선 고소라고 표현했지만, 내용을 보면 형사적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7만3000달러(약 82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해달라고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7전4선승제로 열린 2016∼2017시즌 플레이오프 3라운드 1차전 3쿼터. 샌안토니오의 에이스인 카와이 레너드가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그러자 골든스테이트의 마크맨인 파출리아가 슛을 견제하기 위해 손을 들고 레너드 쪽으로 두 걸음쯤 다가갔다. 그런데 파출리아의 두 번째 스텝이 공교롭게도 레너드의 착지점에 놓이게 됐다. 이 과정에서 레너드는 파출리아의 발을 밟아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이전부터 발목이 좋지 않던 레너드는 결국 더 이상 뛸 수 없게 됐다. 경기 내내 20점 이상을 앞서고 있던 샌안토니오도 레너드의 부상 퇴장 이후 갑자기 흔들리며 패하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샌안토니오 팬들이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게 된 것이다. 원고(샌안토니오 팬들)측의 변호를 받은 변호인은 ‘파출리아의 행위로 샌안토니오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원고들이 구매한 시즌 티켓의 가치도 현저히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 선수가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만약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소송이 제기됐다면 판결은 어떻게 될까? 민사적 책임은 형벌이 아닌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는 형태로 지게 된다. 즉, 손해를 입은 상대방에게 돈으로 물어줘야 하는 것이다.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기 위해선 ‘고의 또는 과실, 위법행위, 손해’라는 3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파출리아의 행위에 고의는 없고 과실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는 민사적으로도 정당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몸싸움이나 신체접촉이 있는 스포츠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상에 대해서까지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으로 부상을 입힌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고의적으로 부상을 입혀 레너드가 선수생활을 마감했다거나 오랜 기간 출장이 불가능해 연봉이 떨어진 경우다. 이 때 레너드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면 파출리아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파출리아의 고의적 위법행위로 인해 레너드에게 연봉 감소라는 손해가 발생했고, 둘 사이에 인과관계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얼마의 손해가 발생했고, 얼마를 배상해줘야 하는지는 좀더 따져봐야 할 것이다.


● 팬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미국의 경우처럼 레너드 본인이 아닌 팬들이 파출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먼저 팬들이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가 불명확해 보인다. 샌안토니오 팬들은 시즌 티켓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양 팀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해 최고의 경기를 보지 못함으로써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인지, 아니면 티켓 가격이 오르면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손해의 내용이 특별하다보니 원고(팬들)로서도 스스로의 주장을 입증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입증하더라도 파출리아의 입장에선 그런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팬들이 청구한 손해배상은 인정되기 어렵다.


● 구단도 같이 책임질까?

파출리아가 레너드에게 고의적으로 파울을 해서 부상을 입혔다면 원칙적으로 구단도 파출리아와 함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다만 코칭스태프나 구단 관계자가 평소 선수들에게 위험한 파울을 자제하도록 지도하는 등 여러 가지 주의를 기울였다면 구단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프로선수는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다. 기본적으로 몸이 자산이고 생계의 수단이라는 뜻이다. 고의적으로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입히는 것은 생계의 수단을 빼앗는 것에 다름 아니다. 동업자 정신이 중요한 이유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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