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UAE 아시아쿼터 폐지…중동시장, 지갑 닫힐라

입력 2017-06-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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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아인 이명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AFC 회원국 소속 선수 1명 보유권 폐지
외인 보유한도 3명…亞 선수에게 치명타
타 중동리그 확산땐 한국선수들 입지 불안


‘높은 연봉과 상대적으로 덜한 경쟁, 철저히 보장되는 사생활.’ 이 시대 모든 직장인들이 한 번쯤은 꿈꿀 유토피아다. 그런데 일반 직장보다 한층 더 치열할 듯한 초록 그라운드에 이런 무대가 있었다. 과거에는 막대한 ‘오일머니’로 잘 알려진 중동, 근래에는 유수의 신흥부호들과 재벌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국이 그랬다.

그러나 중국도, 중동도 최근 흐름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중동의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당장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의 아라비안 걸프리그 규정을 바꾼다. 기존 외국인선수 3명 외에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소속 선수 1명을 추가로 보유할 수 있는 아시아쿼터 제도를 폐지한다.

UAE축구협회는 당초 2017∼2018시즌부터 새 규정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안정적 운영을 위해 2018러시아월드컵 직후인 2018∼2019시즌에 맞추기로 했다. 일각에선 UAE 클럽들의 외국인선수 보유한도가 총 3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국적과 관계없이 4명을 보유하되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엔트리만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새 규정이 실행되면 당연히 아시아선수들에게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처럼 UAE 축구계에서도 어차피 몸값을 들여야 한다면 아시아보다는 유럽과 남미의 검증된 선수들을 선호한다.

알 자지라 박종우. 사진제공|알 자지라


지금까지 UAE는 K리거들의 주요 진출 무대였다. 이명주(알 아인), 박종우(알 자지라), 송진형(알 샤르자), 임창우(알 와흐다) 등 전·현직 태극전사들(연령별 대표팀 포함)부터 K리그 무대를 누빈 외국인선수들까지 두루 영입해온 ‘큰 손’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전북현대는 올해 초 브라질 측면 공격수 레오나르도를 알 자지라로 보내면서 40억원대의 이적료를 챙겼고, 중앙수비수 권경원을 이적료 34억원에 알 아흘리로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UAE 축구시장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향후 한국선수들의 이적 루트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동 쇼크’는 UAE에만 국한될 것 같지 않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권 7개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단교 통보를 받은 카타르의 분위기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카타르 스타스리그 역시 한국축구에는 상당히 큰 시장이다. 14일(한국시간) 도하에서 카타르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 원정경기를 치를 국가대표팀의 남태희(레퀴야), 한국영(알 가라파) 등도 스타스리그에 몸담고 있다.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국제정세에 따라 카타르의 경제상황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좀더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중동으로 떠났던 한국선수들로선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복수의 에이전트들은 7일 “UAE, 카타르는 중동에서도 대우가 후하고, 사회 분위기도 자유로워서 그동안 꾸준히 각광 받아온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에 이어 중동시장까지 가로막히게 됐다. UAE와 반대로 아시아쿼터 수급을 고려하고 있는 호주가 대안이 될 수 있겠으나, 여전히 세미프로 형태인 데다 처우도 낮은 편”이라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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