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옥자’의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 공개에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GV가 상영을 거부할 조짐을 보인다. 이전과 다른 유통방식에 영화계 내부에서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옥자’의 한 장면.사진제공 | NEW
멀티플렉스 ‘옥자’ 상영 거부 논란
스포츠동아는 그동안 ‘시선, 男과 女’를 통해서 영화와 방송 콘텐츠, 대중음악 등에 대한 두 남녀기자의 공정하면서도 주관적인 평가의 시각을 제공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너에서는 대중문화계 최대의 쟁점이자 논란거리로 떠오른 문제에 대해 그 범위를 넓혀 보고자 합니다. 바로 현재 영화계와 극장가는 물론 문화콘텐츠 유통방식을 둘러싸고 최대 현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옥자’의 멀티플렉스 극장 상영 논란입니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가 29일 전 세계 190개국에서 자사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옥자’를 동시공개하기로 하면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CGV)가 상영을 거부할 조짐입니다. 그동안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 및 상영하고 일정 기간(홀드백)이 지나면 IPTV를 포함한 TV와 온라인, 모바일, DVD 등으로 유통시키는 방식과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CGV 측은 “최소한 홀드백 기간이 필요하다”며 넷플릭스의 이 같은 방식이 “영화산업 생태계와 유통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규정,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누리꾼 등 대중을 포함해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스포츠동아 두 남녀기자가 이를 반영해 각기 입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 29일 개봉. 감독 봉준호. 주연 안서현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등
●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와 슈퍼돼지 옥자의 우정. 탐욕스런 자본의 논리를 앞세운 거대기업에 비밀동물보호단체가 맞서면서 그 충돌의 양상에 휘말린 미자와 옥자의 모험을 그린 영화. 넷플릭스가 600억원의 제작비 전액을 투자했고 봉준호 감독이 “창작자로서 모든 권한을 보장받으며” 연출했다.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할리우드 제작사 플랜B엔터테인먼트 등이 공동제작사로 참여했다.
● 남
이미 영화 ‘옥자’를 봤다. 5월 제70회 칸 국제영화제를 취재하기 위해 칸을 찾아 경쟁부문 초청작이었던 ‘옥자’를 관람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이미 ‘살인의 추억’과 ‘괴물’과 ‘설국열차’를 통해 현실에 대한 날카롭고 세밀한 시선을 담아낸 봉준호 감독의 역량이 고스란했다. 영화를 보는 참맛을 또 한 번 눈과 가슴으로 즐겼다.
극장에서 볼 수 있어서 가능했던 것인지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봉준호 감독이 말한 것처럼 “그 역시 훌륭한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라이프 오브 파이’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시각효과 감독 에릭 드 보어와 협업의 결과물인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한” 형상의 옥자 모습이 어떻게 그토록 생생하게 다가왔을까.
이야기의 짜임새도 그렇거니와 ‘옥자’는 바로 이 옥자의 생생함이 스토리를 떠받치는 너무도 중요한 핵심인 바, 현실에서처럼 살아 숨쉬는 캐릭터의 느낌이 극장 스크린을 통해 온전히 전해질 수 있었을 터이다. 이를 통해 봉준호 감독이 얘기하고 싶었던 “자연과 생명과 자본주의의 관계”라는 메시지는 더욱 확연하게 다가왔다.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엄연히 한국 영화산업의 또 다른 축이다.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과 확장에 극장은 상당히 기여해왔다. 결코 과소평가하거나 애써 무시할 게 아니다. 만일 극장이 아니었다면 연 1억명이 넘는 관객이 ‘집 가까운 곳’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2시간여 동안 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극장은 넷플릭스의 전략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극장 역시 이익을 추구해야 할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모바일과 온라인, IPTV 콘텐츠의 수요가 늘고 매출이 점차 늘어나면서 그만큼 극장의 수익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극장은 또 다른 문화적 공간이라는 점도 잊지 않았으면 싶다. 극장은 수많은 이들이 판타지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무대이다. 영화 관람을 통해 잠시잠깐이라도 감동을 받고 내면을 정화시켜주는, ‘집 가까운 곳’의 문화공간으로서 극장만한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특정 흥행작, 특히 기획부터 투자, 제작, 배급, 상영까지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가는 각 단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아예 ‘장악’하다시피 한 계열 영화 투자배급사의 영화에 대한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지나친 상영관 몰아주기’를 의심하고 비판했던 것도 그 이유에서다. 때마다 많은 관객과 영화관계자들이 다양성과 관객의 볼 권리 등을 내세워 그 독과점처럼 비치는 양상을 질책한 것도 극장이라는 공간이 지닌 문화적 향기 때문이다.
‘옥자’를 향한, 아니 ‘옥자’의 공개 방식을 위태롭게 바라보는 이들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다시 한 번 전향적인 검토를 해줄 수는 없는 걸까. 그들의 주장대로 “영화산업 생태계와 유통질서”를 지켜가려면 온라인과 모바일로만 영화(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참맛을 관객이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영화의 가치는 물론 문화적 공간으로서 극장을 온전히 지키는 길이라 믿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