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함덕주와 박세혁, 원정길 부담 지운 배터리

입력 2017-06-09 2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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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함덕주. 스포츠동아DB

삼성과 3연전서 혈전 치른 두산, 곧바로 울산 원정길
영건 함덕주, 개인 최다 7.2이닝 9삼진 무실점
포수 박세혁, 시즌 첫 결승타로 도우미 역할

9일 올 시즌 첫 울산 원정에 나선 두산은 여러모로 부담이 많았다. 앞서 삼성과 잠실 3연전에서 연달아 혈전을 치른 뒤 원정길에 올라야했기 때문이다. 12-10, 7-9, 3-4(두산 2승1패)라는 전적이 말해주듯 두산은 3일 내내 총성 없는 전투를 펼쳤다.

여기에 8일 경기 직후 두산 선수단은 곧바로 새벽버스를 이용해 울산으로 내려왔다. 선수단은 물론 코칭스태프까지 체력적·정신적 부담감이 상당했던 원정길이었다. 게다가 선수단 숙소가 울산이 아닌 부산에 위치한 터라 9일 롯데전을 앞두고 1시간가량 다시 버스를 타는 행군이 계속됐다. 결국 두산은 이날 숙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경기시작 1시간 전인 오후 5시30분에 구장에 도착해 간단한 몸풀기만을 마친 뒤 경기에 돌입했다.

경기에 앞서 만난 김태형 감독 역시 혈전의 후유증을 호소했다. 김 감독은 “삼성과는 정말 혈전이었다. 특히 불펜진 고참들이 너무나도 고생을 했다. 그나마 위닝시리즈를 거둬서 다행이었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선발 라인업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3연전 내내 주전 마스크를 쓴 양의지(30)를 제외시키고 백업 박세혁(27)을 선발 포수로 내세워 영건 함덕주(22)와 호흡을 맞추게 했다.

올 시즌 선발로 전환해 막중한 임무를 맡은 함덕주는 두산이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육성 중인 투수자원이다. 좌완으로서 시속 140㎞ 중반대 묵직한 공을 던지는 점이 가장 큰 매력. 그러나 이날 경기 전까지 10번의 선발등판에서 1승(4패)밖에 거두지 못하며 물음표를 완벽하게 떼어 내지 못한 상태였다.

본인 앞에 놓인 물음표를 알고 있었을까. 함덕주는 이날 개인 한 경기 최다이닝이자 최다투구수인 7.2이닝 120구를 던지며 단 2안타를 내주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이날 잡은 9개의 삼진 역시 개인최다. 여기에 체인지업(55개)과 슬라이더(13개)를 적절할 때 섞으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선발 함덕주를 도운 이는 다름 아닌 포수 박세혁이었다. 9번타자로 나선 박세혁은 2회초 2사 2루에서 상대선발 김원중의 슬라이더(시속 128㎞)를 받아쳐 선취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이날 경기의 결승점. 수비에서도 듬직한 모습이었다. 함덕주와 찰떡호흡을 선보이며 호투를 이끈 데 이어 5회말엔 무사 1루에 몰린 함덕주를 다독이기 위해 스스로 마운드를 찾는 장면도 포착됐다. 함덕주의 7.2이닝 투구와 박세혁의 풀타임 소화 덕분에 두산은 이날 불펜 투수들과 주전포수 양의지의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20대 젊은 배터리를 앞세운 두산은 5회 3점을 더 추가하며 4-0 승리를 확정짓고 3연승을 달렸다. 반면 롯데는 최근 21이닝 연속 무득점이라는 타선 집중력 부재 속에 3연패에 빠졌다.

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울산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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