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열정男’ KIA 버나디나가 말하는 반전의 이유

입력 2017-06-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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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버나디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로저 버나디나(33)는 메이저리그(ML)에서 통산 548경기에 출장한 이름값이 높은 선수다. 2013년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네덜란드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그의 빠른 배트스피드와 기동력, 넓은 수비범위에 매료된 KIA는 총액 85만달러(약 9억5000만원)를 들여 영입을 결정했다.

큰 기대 속에 시즌을 시작했지만, 4월 25경기에서 타율 0.255(98타수25안타), 1홈런, 9타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빠른 발을 앞세워 9개의 도루를 기록했고, 중견수 수비도 안정적이었지만, 타석에서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특히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낸 탓에 타구 질도 좋지 않았다. 25안타 중 장타가 4개뿐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5월 이후 33경기에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이 기간에 타율 0.341(135타수46안타), 10홈런, 30타점, 출루율 0.388을 기록 중이다. 5월13일 인천 SK전 직후 0.235였던 시즌 타율은 0.305까지 끌어올렸다. 5월 이후 기록한 46안타 가운데 장타는 21개에 달한다. 이 기간에 도루가 2개뿐인데, 장타수로 이를 상쇄한 것이다. 이제는 공격과 수비, 주루의 3박자를 모두 갖춘 야수다. 그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다.

2013 WBC 대표 시절 버나디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열정과 성실함으로 이뤄낸 대반전

애초 버나디나를 두고 계륵(鷄肋)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본인은 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약점을 극복하려 노력했다. “부진한 가운데서도 얻은 것이 분명히 있다.” 버나디나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는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나이였다. 지금의 성적표는 깊은 부진에도 개의치 않고 묵묵히 훈련에 나선 결과물이다. 그는 “시즌 초반과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며 “좋은 스윙을 하기 위해 초점을 맞췄고, 늘 영상을 보며 단점을 보완하려 했다. 출전시간을 늘리기 위해 배팅케이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쇼다 코우조 KIA 타격코치도 버나디나의 타격감 회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현역 시절 일본프로야구(NPB) 센트럴리그 타격왕(1987~1988시즌)을 차지한 바 있는 코우조 코치는 타자들이 안정된 타격폼을 정립해 스윙 시 그것이 무너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데 일가견이 있다. 이는 버나디나가 자기만의 타격존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버나디나는 “이제는 내 타격존이 생겼다. 그 존에 들어온 좋은 공을 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KIA 버나디나. 스포츠동아DB



● “내가 능력 발휘해 팀이 이긴다면…”

요즘 KIA의 라인업에서 버나디나는 무척 매력적인 존재다. 최근 타격감이 살아난 데다 강견을 앞세운 수비와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도 된다. 쉽게 말해 공격 시에는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수비 시에는 이를 막아준다는 얘기다. 야구가 잘되다 보니 그라운드를 밟는 자체가 즐겁다. 버나디나는 “내 능력을 발휘해 팀이 이길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라운드에서 움직일 때 깊게 생각하는 성격이 아니다. 매 순간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며 “리그에 적응하다 보니 타율도 올랐다. 얼마나 적응했는지 비율로 말할 수는 없지만, 갈수록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우리 팀의 외국인투수들(헥터 노에시·팻 딘)도 정말 잘하고 있다. 3명 모두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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