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진짜 에이스 허프가 돌아왔다

입력 2017-06-14 21:4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4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LG 허프가 8회말 2사 두산 박건우을 외야플라이로 아웃시킨 후 포효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데이비드 허프는 효자용병이다. 지난해 스캇 코프랜드의 대체 외국인투수로 LG 유니폼을 입고 13경기에서 7승2패, 방어율 3.13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올 시즌 구단은 당연히 허프와 재계약을 선택했다. 허프도 줄무늬 유니폼을 다시 입은 것에 매우 기뻐했다. 훈련에도 열심히 임했다. 스프링캠프까지 무사히 마친 그의 발목을 붙잡은 건 다름 아닌 갑작스러운 부상이었다. 그는 사직 롯데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스트레칭을 하던 도중 무릎 인대가 늘어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부상 정도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재활에 돌입해야 했고, 개막 후 두 달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허프는 5월 12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1군으로 복귀했다. 많은 기대 속에 구원 등판했지만 사실 경기 후 물음표를 남겼다. 이날 3이닝을 완벽하게 막았지만 4이닝째 대량실점하면서 무너졌기 때문이다. 복귀 후 처음으로 선발등판한 5월 19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투구수가 많아지면 실점하는 그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LG 양상문 감독은 “2군에서 공을 던지긴 했지만 그래도 두 달의 공백을 무시할 순 없다”며 “지금은 투구수를 늘리면서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고 굳은 믿음을 보냈다.

양 감독의 말처럼 허프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었다. 그는 1군에서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하기 시작하더니 5월 26일 문학 SK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고, 6월 1일 잠실 넥센전에서는 9이닝 1실점, 완투로 시즌 첫 승을 장식했다. 승리는 하지 못했지만 8일 수원 kt전에서도 6이닝 2실점하면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허프의 장점은 기복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14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8이닝 동안 6안타 5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시즌 2승(3패)째를 챙겼다. 그는 이날 최고 시속 150㎞의 빠른 직구와 각이 날카로운 컷패스트볼, 체인지업을 앞세워 두산 타자들의 손발을 꽁꽁 묶었다. 8회에는 2사 후 볼넷을 내줬지만 끝까지 맡은 이닝을 소화하는 책임감도 보였다. 이미 투구수가 110구를 넘긴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타자인 박건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잠실구장을 찾은 많은 LG 팬들은 허프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에이스의 복귀를 축하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