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연재를 지도할 당시 옐레나 니표도바 코치(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4년 주기의 월드게임에 리듬체조가 포함된 것은 2009년 가오슝대회부터 3번째이나, 한국선수의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준 올림픽’으로 통하는 월드게임의 출전자격은 몹시 까다롭다. 올림픽 및 세계선수권대회 15위 이내 입상자(세계랭킹 24위권)를 대상으로 국제체조연맹(FIG) 지명 선수만 나설 수 있고, 국가별 쿼터는 1장이다. 손연재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4위로 얻은 출전권을 국내랭킹 1위 김채운이 물려받았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체조협회는 니표도바 코치의 동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대신 리듬체조국가대표팀 코치만 파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측과의 교감은 없었다.
국가대표 코치가 선수와 동행하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 리듬체조 강국들은 대표선수와 전담 코치로 팀을 짜 대회를 소화한다. 게다가 니표도바 코치는 국제체조계에서 명성이 높고, 1급 국제심판으로 오래 활동했다. 김채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월드게임 등의 메이저대회에는 니표도바 코치가 동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명망 높은 지도자의 동행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리듬체조 관계자는 “국내 코치만 동행하는 것과 옐레나 코치까지 등장하는 상황은 천양지차다. 옐레나 코치와 한국체조가 직접 키우는 선수란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판의 주관적 점수가 큰 영향을 미치는 리듬체조의 특성을 고려하면, 니표도바 코치의 이력은 더더욱 무시할 수 없다. 심지어 체조협회는 선수측이 대안으로 제시한 국가대표 코치와 니표도바 코치의 동행조차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채운은 연간 수억원의 자비를 들여 비싼 수업을 받고 있다. 체조협회의 지원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평범한 아시아선수’ 이상의 이미지를 쌓을 수 있는 기회마저 봉쇄하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또 다른 리듬체조 요정이 탄생할 수 있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