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4차 형제의 난’ 점화되나

입력 2017-06-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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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명예회복·경영정상화”
롯데선 “부친 앞세워 주총 앞둔 여론몰이”
재계 “어려운 시대 화합하는 모습 보여야”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 주주총회가 임박한 가운데,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여론전을 재개하며 롯데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15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 기사가 발단이 됐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6월 말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이사직에서 퇴임시키는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 이에 신 전 부회장은 “현재와 같이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롯데그룹의 자존심과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 및 국부유출의 불행스런 현상이 원상회복돼야 한다”며 “저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롯데그룹의 경영정상화를 반드시 이루어낼 것이며, 현명한 한일 롯데그룹 임직원들도 이에 동참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70여 년 간 기업에 기여한 창업주의 불명예퇴진에 대해 감성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감성적 호소에 더해 현재 횡령·배임과 최순실 게이트의 뇌물공여 기소 등에 걸려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약점을 파고들겠다는 복안도 있다.

이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가 28.1%로 1대 주주에 올라 있고, 이어 종업원지주회가 27.8%, 관계사가 20.1%, 임원 지주회 6% 등으로 구성돼 있다. 50%+1로 광윤사의 과반수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만 끌어들이면 50%가 넘는 지분으로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입장. 일본 기업은 경영진의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신동빈 회장의 신변문제를 걸고 넘어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팽배하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신동빈 회장의 기소가 내려지지 않았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역시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도덕성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달 24일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 신 전 부회장 본인의 이사 선임 등 안건 제안 후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 전 부회장의 이러한 주장들(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명예회복과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진과 공모해 신 전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 해임했고, 롯데 경영권이 일본 경영진에게 넘어갈 상황)은 전혀 새롭지 않다. 최근 2년간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이 있을 때마다 한국 언론을 통해 이 같은 맥락의 주장을 반복해 왔다”고 밝혔다.

이렇듯 롯데 경영권 분쟁이 또 다시 재점화되자 한편에서는 이들 형제의 다툼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최근 롯데그룹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상반기에만 1조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형제의 난으로 벌써 수년째 서로 흠집을 내고 있어 안타깝다. 상황이 난세인 만큼 이제는 서로 화합과 화해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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