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2사 1루에서 SK 선발 문승원이 NC 지석훈을 삼진 아웃시키며 완투승을 기록한 뒤 손짓하고 있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제 실감 나나?
“기분은 좋았는데 아직 시즌 중이다. 풀타임을 한번도 던진 적이 없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경기 전 감은 어땠나?
“평소보다 어깨 컨디션이 안 좋았다. NC 전력분석을 보니까 거의 다 3할 타자더라. 욕심 부리지 말고 최소 5이닝 2실점, 6이닝 3실점을 목표로 던졌는데 우리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줘 상황이 쉽게 풀렸다.”
SK 문승원. 스포츠동아DB
-종전까지 6.2이닝이 최다투구였다. 7~8~9이닝 계속 한계를 돌파하는 기분이 어땠나?
“최대한 냉정하고 싶었다. 들뜰까봐 (벤치에서) 말을 안 했다. 7회 막고, 완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회 (박)승욱이가 ‘형, 완봉할 수 있겠어요’라고 해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힐만 감독은?
“아무 말씀 없었다. ‘당연히 올라가라’는 뜻으로 알았다.”
-경기 중간에 감독이 어깨를 주물러 주더라.
“‘잘 던지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끝나고 포옹하며 ‘굿 잡, 버디(buddy)’라고 하시더라.”
-힐만 감독은 어떻게 가르침을 주나?
“고민하고 있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주더라. 대전 한화전에서 4이닝 3실점 강판된 적이 있다. 그 전 2게임을 잘 던진 다음이라 생각이 더 많았다.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해서 답답했다. 혼자 외야에서 생각하고 있는데 보셨는지 들어올 때 불러서 ‘잘 치는 타자들한테 더 공격적으로 던지라’고 하셨다. 어제(21일 NC전)도 그 말이 생각났다. 그것이 완투에 결과를 미친 것 같다.”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2사 1루에서 SK 선발 문승원이 NC 지석훈을 삼진 아웃시키며 완투승을 기록한 뒤 힐만 감독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제 선발 생존을 놓고 고민 안 해도 되겠다.
“올해는 처음부터 그런 고민은 없었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것이 느껴졌다. 감독님이 ‘나는 시즌 끝날 때까지 너를 선발로 쓰고 싶은데 그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것은 너’라고 하셨다. 보답하고 싶다.”
-SK의 시즌 첫 완투경기였다. 켈리 다음으로 많이(79.1이닝) 던졌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던지고 슬라이더가 결정구더라.
“맞다. 슬라이더 제구는 자신 있다. 이닝은 많이 던지고 싶은데 야구가 뜻대로 안 되는 것이니까….”
-대졸이지만 무명기간이 짧진 않았다.
“군대(상무)를 빼면 프로 4년차다. 동기들(NC 나성범, 두산 윤명준, 삼성 박해민 등)이 졸업부터 잘해서 늦은 감은 있겠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4살 어린 동생이 열성팬이라고 하던데?
“SK 페이스북에 (박)종훈, 켈리는 잘 던지면 무조건 올려주는데 나는 잘 던져도 승을 못하면 안 나오니까 ‘구단에서 형 싫어하냐’고 묻더라.(웃음) 어제 몰랐는데 동생이 야구장에 왔다. (수훈선수로서) 응원단상에 올랐는데 와 있더라. 아버지, 어머니는 프로 와서 야구장 한 번도 안 오셨다. 동생도 몰래 온다.”
-이제는 오셔도 되겠다.
“내년부터…(웃음). 잘 하면 상관없는데 못 해서 난타 당하는 모습 보여주기 너무 싫다. 어제 끝나고 바로 전화 했는데 좋아하시더라. 아버지가 야구를 많이 잘 아셔서 혼도 났다. 7회 권희동 상대 때 느린 커브를 던졌는데 ‘(자극할 수 있으니) 야구장에서 적 만들지 말라’고 하시더라. 권희동이 파워가 강하다. 전 타석에서 120㎞대 커브를 많이 던져서 다른 커브를 보여주려고 한 것인데 다음부터는 그런 부분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실제 오늘부터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 드나?
“어제는 ‘해냈구나’ 싶었는데 일어나니까 ‘다시 시작이구나’ 이런 생각뿐이다.(웃음)”
-완투 직후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좋았겠다.
“(수훈선수 인터뷰를 다 마치느라 늦게 들어갔더니) 거의 다 퇴근하셨더라.(웃음) (김)강민이 형, (나)주환이 형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경기 전) 주환이 형 글러브 닦았는데 좋은 수비를 해주셨다. 또 닦아 드려야겠다.(웃음)”
-완투승 공은 챙겼나?
“챙겼다. (기념구 받은 것은) 프로 첫 승(2016년 5월4일 한화전)에 이어 두 번째다.”
SK 문승원(오른쪽)이 20일 NC전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완투승을 달성한 뒤 포수 이성우에게서 평생 간직할 승리 기념구를 선물 받고 있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