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을 밝히다’ 타격 상승세 불러온 러프의 선구안

입력 2017-06-27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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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다린 러프(31). 스포츠동아DB

최근 KBO리그서 가장 뜨거운 4번 타자는 단연 삼성의 다린 러프(31)다. 지난해 외인 흉작으로 어려운 시즌을 보냈던 삼성은 올 시즌 새로 합류한 외국인타자 러프의 맹활약에 연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팀은 러프의 상승세와 함께 반등을 시작했다. 삼성은 6월 들어 꾸준히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러프의 맹활약이 큰 몫을 차지한다.

러프는 시즌 초만 해도 리그 적응에 어려운 모습을 보이며 타율이 1할대까지 떨어졌다. 코칭스태프는 인내심을 갖고 러프를 기다렸지만 결과는‘1군 말소’였다.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던 러프는 경산(삼성 2군구장)에서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며 1군 복귀를 기다렸다. 열흘 남짓한 시간동안 그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은 푸르게 빛나는 자신의 ‘눈’이었다.

부진의 늪에서 헤매던 4월의 러프는 항상 ‘쫓기는’ 타자였다. 리그 적응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타율이 점점 떨어지다 보니 무언가를 보여줘야한다는 압박감이 자신을 짓눌렀다. 급한 마음은 투수와 수싸움을 매번 어렵게 만들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힘이 잔뜩 실린 큰 스윙, 타자가 감이 나쁠 때 나오는 악습관이 러프 타석에서는 유독 잘 보였다.

실제 기록으로 보면 러프는 4월 한 달간 3볼을 본 타석이 17타석에 불과했다. 6월 들어서는 3볼을 본 타석이 26일까지 24타석이었다. 단순히 이 기록만 놓고 봐도 당시 러프가 얼마나 쫓겼는가를 알 수 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최근에는 대처가 유연해졌다. 러프는 4월에 1-2 볼카운트에서 1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는데, 6월에는 같은 볼카운트에서 12타수 3안타(0.250)를 기록했다. 이 3안타 중 2안타는 홈런이었다. 3-2 풀카운트 타율도 0.143에서 0.500로 수직상승했다. 눈에 띄게 좋아진 선구안이 타격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모습이다.

러프는 자신의 향상된 선구안에 대해 “나는 미국에 있을 때도 볼을 많이 보는 유형의 타자였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는 초기에 내 야구를 하지 못했다. 유리한 볼카운트 싸움을 하기 위해 선구안을 집중 보완했다”고 말했다. 김한수 감독 또한 러프의 상승세 비결을 ‘선구안’으로 꼽았다. 김 감독은 “러프가 최근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좋지 않은 볼을 연달아 골라내더라. 유인구를 참아내니 스트라이크가 들어왔을 때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워만으로도 위협감을 주는 4번 타자가 선구안까지 갖춘다는 것은 투수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러프는 힘은 물론 최근 ‘기다림의 미학’까지 알게 된 4번 타자다. 그의 향상된 ‘푸른 눈’이 물오른 타격 상승세를 어디까지 끌어 올릴지 궁금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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