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실화?’ 황재균의 위대한 ML 도전기

입력 2017-06-29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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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황재균.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이게 실화입니까?’라고 할 만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샌프란시스코 황재균(30)이 역대 한국인 타자 중 최초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역사를 썼다.

황재균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홈경기에 5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3-3으로 맞선 6회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솔로홈런으로 때려내며 수훈선수에 올랐다. 한국에서 보장된 삶을 마다하고 도전을 선택했던 그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부진하던 샌프란시스코도 콜로라도 3연전을 스윕하면서 새로 수혈된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샌프란시스코 황재균.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어릴 적부터 ML은 나의 꿈”

황재균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원 소속팀 롯데를 비롯해 KBO리그 여러 구단의 거액 영입제의를 거절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천명했다. 사실 그의 선언에 지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부름을 받긴 했지만 기회가 주어질지, 아닐지 모를 스플릿계약(마이너리그와 빅리그 계약내용이 다른 계약)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이게 잘 하는 선택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앞에 깔린 비단길 대신 멀어서 보이지도 않는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꿈꿔왔던 무대가 메이저리그였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그것도 야수가 미국무대에 진출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동료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은 없다. 빅리그에 1경기만이라도 뛰어보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예상보다 꿈을 좇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친 현실은 훨씬 냉정했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마음을 다잡고 마이너리그에서 기량을 갈고닦았지만 6월이 다 가도록 메이저리그 콜업은 요원했다. 결국 기다림에 지친 그는 7월 1일까지 빅리그에 올라가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될 수 있는 옵트아웃 권리를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을 비우자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내야수 코너 길라스피가 다시 부상자명단(DL)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에게 그토록 바라던 메이저리그 출전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실력으로 기회를 붙잡으면서 존재감을 빛냈다.

샌프란시스코 황재균.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보치 감독 “누네스가 와도 황재균은 3루수”

황재균은 경기가 끝난 뒤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한 경기라도 뛰고 싶어서 미국에 건너왔는데 오늘 이뤄져 기분 좋다. 그 경기에 결승홈런을 쳐서 믿기지 않고 꿈만 같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지금 팀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팀 동료가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오니 반갑게 맞아줘 ‘역시 좋은 팀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벤치에 있든, 시합을 뛰든 어떤 역할이든 팀에 좋은 자극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MLB.com과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난 돈, 가족 등 이곳에 있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던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이루고 싶었다”며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고, 모든 것을 놓고 야구에만 집중했었다. 그 결과 기회가 생겼다. 트리플A에서 봤던 도시들은 다신 가고 싶지 않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황재균의 간절함은 통했다. 보치 감독도 그의 열정에 마음을 빼앗겼다. 보치 감독은 경기 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황재균이 동료와 맥주파티를 즐기는 걸 보느라 공식 인터뷰에 조금 늦었다”며 “그는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걸 포기하고 미국에 왔고 꿈을 이뤘다. 이런 특별한 순간을 지켜보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7월 1일 피츠버그 원정경기에 황재균의 동행 소식을 전하면서 “그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에두아르도 누네스가 복귀해도 황재균을 3루수로 쓸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황재균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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