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선. 스포츠동아DB
그러나 이번에는 5명에 달하는 과잉이 문제였다. 배구계에서는 ‘흥국생명이 트레이드를 타진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돌았다.
여자프로배구 1군 엔트리가 한정된 현실에서, 리베로 5인 체제는 전략적 효율성에서 한계를 노출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혜선은 허리가 아팠다. 정상적 경기력을 당장 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가 발생하자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고심 끝에 김혜선을 전력 외로 설정했다. 김혜선이 현역 은퇴를 원한 것이 판단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흥국생명과 김혜선의 결별에 관해선 이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결별 방식을 놓고, 양 측은 협의 중이다. 김혜선은 은퇴를 원하고, 박 감독은 임의탈퇴를 생각한다. 박 감독 입장에서는 김혜선을 다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흥국생명과 박 감독은 김혜선이 1년간 아팠을 적에도 재활과 생활을 지원해준 바가 있다.
박 감독은 30일 “(선수등록 마감일인) 오늘까지는 최종 결정을 내야 한다. 감독으로서 (김)혜선이를 4시즌째 지켜봤다. 선수가 향후 진로에 관한 생각을 솔직히 말해주면 가급적 원하는 대로 들어주고 싶다. 다만 팀의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어려운 마음을 말했다.
박 감독이 이렇게 말하는 근본적 배경은 선수가 은퇴 신분이 되면 사실상 FA와 같은 자격을 얻는 배구의 독특한 규정을 의식한 때문이다. 만약 흥국생명이 은퇴를 들어줬는데 김혜선이 나중에 번복해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흥국생명은 선수 1명을 손놓고 잃을 수밖에 없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