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치고, 잘 달리는 KIA ‘특급엔진’ 버나디나

입력 2017-07-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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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버나디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잘 치고, 잘 달리는 것도 모자라 잘 보기까지 한다. KIA 타선의 ‘특급엔진’ 로저 버나디나(33) 이야기다.

카리브해 연안 네덜란드령의 섬 퀴라소 출신인 버나디나는 올 시즌 한국무대가 처음이다. 그러나 경험은 어느 누구 못지않게 풍부하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선 7시즌 548경기(타율 0.236, 28홈런)에 출전했고, 마이너리그에선 1061경기(타율 0.270, 80홈런)를 뛰었다.

버나디나의 최대 무기는 타고난 근육질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힘이다. 건장한 체격조건(키 188㎝, 몸무게 95㎏)뿐만 아니라 근력과 탄력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는 그의 경기장면을 살펴보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6월 레이스를 모두 소화한 버나디나의 중간 성적은 73경기 타율 0.306, 12홈런, 17도루. 이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근접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여기에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수비 역시 일품이다.

30일 잠실 LG전은 버나디나의 장점을 한껏 엿볼 수 있는 날이었다. 3번 중견수로 경기에 나선 버나디나는 시즌 12번째 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1볼넷 2타점 4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첫 타석부터 방망이가 달아올랐다. 1회초 1사 2루에서 LG 선발 헨리 소사를 상대로 우월 2점홈런을 때려내고 기선을 제압했다. 이날의 결승타. 선두타자로 들어선 4회엔 중앙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LG 중견수 이형종이 공을 놓치는 장면을 확인한 순간, 버나디나는 특유의 스피드를 가동해 순식간에 3루에 도달했다.

KIA 버나디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세 번째 타석에선 선구안과 주력을 동시에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6회 버나디나는 8구째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냈고, 후속안타와 희생플라이로 득점까지 연결해냈다. 7회엔 선두타자로 나와 우전안타를 때려낸 뒤 곧바로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최형우의 좌전안타 때 홈을 밟아 4번째 득점을 올렸다. 사이클링히트에 2루타만을 남겨놓았던 9회 마지막 타석에선 2루수 땅볼로 대기록 작성엔 실패했다. 그라운드를 휘저은 버나디나의 활약 속에 KIA는 10-6 승리를 거두고 6월 레이스를 선두로 마감했다.

경기 후 버나디나는 “마지막 타석에선 당연히 2루타를 원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사이클링히트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욕심은 있었다. 다만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쉬웠다”며 멋쩍게 웃었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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