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가 주목하는 신예 이정후의 돌풍이 거세다. 전반기 마감 전에 100안타를 돌파하며 역사상 신인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까지 넘보고 있다. ‘아버지’ 이종범의 신인시절보다도 페이스가 빠르다. 스포츠동아DB
이정후는 9일 대구 삼성전에서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전했다. 두 번째 타석까지 범타로 침묵했던 그는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이날 첫 안타를 뽑았다. 0-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상대 선발투수 백정현의 한가운데 몰린 공을 놓치지 않고 좌전안타로 연결시켰다. 이정후 개인으로선 특별한 기록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프로데뷔 첫 100안타, 이 안타로 이정후는 KBO리그 역사상 7번째로 고졸 신인 첫해에 100안타를 때린 타자가 됐다. 넥센은 삼성측에 양해를 구하고 공을 전달받았다. 덕분에 이정후는 경기 후 자신의 100안타 기록이 소중하게 적힌 기념비적인 공을 받을 수 있었다.
데뷔 첫해에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것도 흥미롭지만 더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속도’다. 이정후는 83경기 만에 100안타를 기록했는데, 지금 이 속도라면 후반기에도 50개가 넘는 안타를 기록할 수 있다. KBO리그 역사상 1년차 신인이 가장 많은 안타를 때린 시즌은 1994년이었다. 그해 혜성같이 등장한 서용빈이 126경기에서 157안타를 때리는 괴력을 발휘해 1루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다.
아버지 이종범과 비교하면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정후가 더 빠르다. 이종범은 1993년에 해태 타이거즈 소속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는데, 그해 98경기에서 100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최종적으로는 126경기에서 133안타를 때려 타율 0.280의 성적을 남겼다.
이정후는 최다안타 부문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부문 단독선두인 롯데 손아섭(111개)과는 불과 11개차로 뒤진 8위다. 손아섭과 프로 연차나 경험을 비교해보면 이정후의 100안타는 가히 대단한 수치라 할 수 있다. 타율 또한 0.331를 기록해 전체 12위에 올라있다. 팀 내에서 이정후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는 서건창(0.349)이 유일하다. 멈출 줄 모르는 ‘바람의 손자’의 돌풍은 과연 후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후반기에도 계속되는 그의 안타행진이 KBO리그에 새로운 기록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