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1위임에도 KIA 김기태 감독은 “우리 모두 전반기를 잊어야 한다. 선수들은 모든 것이 ‘0’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매 경기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선수들을 독려한다. 온화한 웃음 속에 냉정히 칼을 갈고 있는 김 감독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빈틈없는 전력은 KIA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불펜진에서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앞을 책임지는 선발투수들의 활약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더불어 1번부터 9번까지 쉬어 갈 곳 없는 타선이 계속 다득점을 만들다보니 역전을 당해도 곧바로 리드를 찾아오는 모습이다. 상대로서는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당장 약점을 찾기 쉽지 않은 전력이다.
파죽지세의 연승, 견고한 1위 수성 등 연일 좋은 소식만 들리는 KIA에게 큰 고민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호랑이 군단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기태 감독의 속은 다르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감독은 19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우리 모두 전반기를 잊어야 한다. 선수들은 모든 것이 ‘0’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매 경기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해 선수단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2위 NC에 넉넉한 게임차로 앞서고 있지만 김 감독에게 여유란 없다. 그는 후반기 시작부터 전력강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독선두를 내달리고 있는 팀의 감독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김 감독은 17일 날짜로 신종길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다음날 곧바로 안치홍을 엔트리에 등록해 빈 자리를 메웠다. 그러나 신종길의 엔트리 말소는 단순히 안치홍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신종길의 엔트리 말소는 바로 그 첫 신호탄이었다. 그는 “신종길은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출장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예비전력으로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선수다. 당장 1군에서 대주자로 활용하는 것보다 그 방향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주전급 선수의 전력 이탈을 일찌감치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넓고 깊은 1군 전력을 만들어 ‘만의 하나’라는 상황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였다.
고척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