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KIA-넥센 ‘비대칭 트레이드’ 어떻게 볼까

입력 2017-08-01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마감시한인 7월 31일 KIA와 넥센이 깜짝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넥센이 김세현과 유재신을 내주고, KIA에서 영건투수 이승호와 손동욱(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을 데려왔다. 올 시즌 대권에 도전해야 하는 KIA와 미래를 생각해야 할 넥센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사진|스포츠동아DB·KIA 타이거즈

KBO리그 트레이드 마감 시한인 7월 31일 KIA와 넥센이 깜짝 거래를 성사시켰다. 넥센이 2016시즌 세이브 1위인 김세현과 외야수 유재신을 KIA에 내주고, 영건투수 이승호와 손동욱을 받는 조건이다. 언뜻 무게감에서 차이가 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양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 KIA, 2017시즌 우승을 위한 최후의 포석

KIA는 화약고 같았던 불펜진에 불이 붙기 전에 어떤 대안이 필요했다. 트레이드 매물로 나왔던 김세현에 눈독을 들였고, 기어코 성사시켰다. 김세현의 2017시즌 방어율은 6.83이다. 7홀드 10세이브를 올리고 있었지만 블론세이브가 5개였고, 3번 패전 멍에도 썼다. 2016년 36세이브 무패 때의 위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넥센은 2017시즌의 구위 저하와 30살의 나이를 가볍지 않게 봤다. 반면 KIA는 그런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현 마무리 김윤동의 체력이 바닥 날 상황이었다. 임창용도 마흔 한살이다. 김세현이 2016년 구위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불펜 옵션을 늘릴 즉시전력감으로 본 것이다.

‘2017시즌 대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겠다’는 KIA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트레이드다. KIA는 ‘금전거래는 절대 없었다’고 강변하지만 야구계에서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정황적으로 KIA가 그만큼 아쉬운 상황이었다.

KIA가 내준 좌완 이승호(18)는 2017년 2차 1라운드 지명(전체 4순위) 투수다. 부산 지역에서 윤성빈(롯데 1차 지명), 손주영(LG 2차 1라운드 지명)과 더불어 빅3로 꼽힌 기대주였다. 좌완 손동욱(28)도 2013년 1라운드 지명투수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KIA는 미래를 내주고, 현재를 취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2016년 구원왕 김세현. 스포츠동아DB



● 넥센의 공격적 트레이드

넥센 고형욱 단장은 “미래를 본 트레이드다. 손동욱은 올해 2군에서 성적이 썩 좋지 않았지만, 잠재력을 지닌 좌투수다. 올해 즉시전력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승호에 주목했는데, 입단 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직구 구속이 144~145㎞ 나오고 변화구 구사능력도 뛰어나다. 고교시절 삼진비율이 9이닝 당 12.45개로 엄청났다”고 말했다.

넥센은 이번 트레이드에 앞서서도 SK에서 김성민, kt에서 서의태와 정대현, NC에서 김한별 등 젊은 투수들을 수집했다. 투수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긴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야구계에서는 “넥센이니까 할 수 있는 트레이드”라고 평을 했다.

단기간에 어디가 득을 봤다고 말하기 힘든 성질의 거래다. 다만 트레이드에 소극적인 KBO리그의 풍토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KBO리그는 구조적으로 선수층이 얇다보니 트레이드 성패에 극도로 민감하다. 상대팀의 약점을 메워주는 트레이드를 회피하기에 거래가 성립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선 선수가 이적을 통해 야구인생을 새롭게 개척할 기회를 갖기가 원천적으로 힘들다. 이런 분위기를 깨는 것만으로도 넥센발 연이은 트레이드는 적잖은 의미가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