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총수 없는 대기업’ 요청 왜?

입력 2017-08-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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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총수)을 법인으로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한 가운데, 설득력 있다는 의견과 함께 형평성 문제 및 책임 회피 가능성 등 논란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스포츠동아DB

■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려면 총수는 네이버로 해주세요”

이해진 창업자 공정위에 직접 의견 전달
“보유 지분 4.6% 불과…영향력 제한적”
특혜·책임회피 논란 불거질 가능성도

네이버가 최근 준대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총수)을 이해진 창업자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전달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해진 창업자의 보유지분이 적고 중요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에서도 물러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전에도 KT, 포스코, 농협, 에쓰오일, 한국GM, 대우건설 등 동일인이 법인인 일명 ‘총수 없는 대기업’ 사례는 여러 건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 그런 사례가 있던 기업들은 공기업으로 출발한 회사거나 해외주주나 채권단이 대주주인 경우여서 네이버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최근 공정위를 방문해 기업집단과장 등과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김상조 위원장과도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창업자는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하는 것을 심사숙고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9월 초 대기업집단을 지정할 예정이다. 자산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산이 5조원을 넘으면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네이버는 계열사를 포함한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이 유력하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총수를 지정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총수는 허위 자료 제출 등 회사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업계에선 이해진 창업자가 공정위에 의견을 전달한 것도 이러한 책임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창업자가 현재 주력하는 해외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라인’ 상장 당시 재벌기업과 같은 잠재적 리스크가 없다는 점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특정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처럼 규정되면 해외 시장 진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이 다른 재벌 기업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벌이라 불리는 기업의 총수들이 자회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사적이익을 편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며 “하지만 이 창업자는 지분이 4.6%로 적고, 중요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의장직도 물러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가족이나 친족들의 지분 참여도 전혀 없고 계열사의 경우에도 모기업이 거의 100%를 소유하고 있어 특정 개인이 아닌, 네이버 주식회사가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네이버 측 주장이 일부분 설득력이 있지만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은 미지수로 보고 있다. 보유지분이 적지만 투자와 인사 등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쥐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다, 민간기업이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형평성 문제와 함께 책임 회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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