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005년 한 미입주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조명한다.
● 미입주 아파트에서 발견된 변사체
‘그것이 알고 싶다’제작진에 따르면 2005년 6월 16일, 청소업체 아르바이트생 민혁(가명) 씨는 전단지를 붙이러 서울 성북구의 한 미입주 아파트를 찾았다. 그러다 들어선 그곳은 다른 동에 비해 유난히 조용했다. 공사 소리도 나지 않고, 발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꺼림칙한 기분을 애써 떨쳐내며 위층부터 전단지를 붙이면서 내려갔던 민혁(가명) 씨.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냄새가 났고 내려갈수록 더 심해졌다. 그리고 어느 한 집의 현관문을 열었다고.
“처음에 안방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각목 부딪히듯이 쿵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닫았다가 다시 밀었는데 뭐가 걸려서 보니 사람 다리더라고요.” - 최초 발견자 김민혁 (가명)
미입주 아파트 안방 화장실에서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된 여성. 신원 확인 결과, 이 여성은 일주일 전 실종됐던 故 이해령 씨(당시 30세)였다. 그 날,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12년째 풀리지 않은 의문의 행적
그녀는 실종 당일 오후 2시 30분경 은행 업무를 본 것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리고 일주일 뒤, 아무 연고도 없는 성북구 소재 미입주 아파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것이다.
“거기 갈 일도 없지만 사실 짓지도 않은 아파트에 간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깜깜하게, 조명도 안 돼 있는데….” - 피해자 故 이해령 친구
당시 해령 씨가 살던 집과는 거리가 꽤 멀었을 뿐더러 평소에 지나갈 일 조차 없었던 그 아파트를 그녀가 가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런데, 부검결과 그녀의 행적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됐다. 그녀의 몸에서 알콜 농도 0.14%가 검출된 것이다.
“부패 때문에 생기는 알콜의 종류는 따로 있고요. 지금 이 분의 경우에는 사망 당시에 소주 한 병 이상을 마신 만취상태로 보여요.” -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
그녀의 친구들은 하나 같이 해령 씨가 평소 만취할 정도의 술을 먹을 사람도 아니고 혼자 술을 마실 사람이 더더욱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만취상태로 집을 보기 위해 미입주 아파트에 갔을 가능성 또한 지극히 낮았다.
“면식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여요. 그 높은 층까지 모르는 사람한테 끌려가지는 않았을 거고, 아는 사람하고 자발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이죠." -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현장에 남겨진 그날의 진실
현장은 매우 참혹했다. 찢겨진 원피스, 벗겨진 속옷, 뜯겨진 목걸이, 깨진 수납장 유리, 한 움큼의 머리카락. 격렬한 몸싸움과 성폭행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그날의 흔적들. 혹시 범인을 추정할 만한 단서는 남아있지 않았을까? 현장 감식 결과, 피해자의 몸에서 남성의 DNA가 발견됐고, 사건은 금방 해결되는 듯 보였다. 면식범의 소행이 확실해 보이는 사건, 그러나 피해자 주변 인물들은 모두 DNA가 일치하지 않았다.
“장기화되는 사건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반드시 과학적인 단서라고 해서 반드시 가해자의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좀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 권일용 프로파일러
당시 형사들은 다각도로 수사를 펼쳤지만 매번 DNA에 발목을 잡혔고, 결국 이 사건은 12년 째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는 DNA외에도 범인이 지우지 못한 단서가 있었다. 시신 아래에 깔려 있던 애쉬워스(Ashworth) 상표가 적힌 작은 단추 하나다.
“단추만이 가장 유력하게 가공되지 않은 증거로 보여요. 의도치 않게, 범인에게서 남겨진 유일한 증거죠.” -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그날 단추 하나가 떨어진 애쉬워스(Ashworth) 브랜드의 옷을 입고 그 아파트를 나섰을 범인, 그는 누굴까.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2년째 미제로 남아있는 ‘미입주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고, 사건 현장에 남은 흔적들을 통해 범인의 윤곽을 그려보고자 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