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새로운 역사를 쓴 축구대표팀은 타슈켄트에서 하루를 더 머물렀다. 귀국 비행편이 마땅치 않아 현지시간 9월 6일 늦은 밤에야 출국 길에 오를 수 있었다. 신태용(47) 감독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여정이 마무리 되고, 숙소에서 제자들과 가볍게 맥주잔을 기울였다.
이 무렵, 국내에선 맹비난이 쏟아졌다. 이란-시리아전이 끝나기 전에 TV 인터뷰를 하고, 헹가래를 치며 자축했다는 내용이었다. 오해였다. 인터뷰를 한 시점은 이란이 2-1로 앞설 때가 맞다. 좀더 기다리려고 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빨리 인터뷰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플래카드를 펼치고 축하행사를 벌인 것은 2-2 무승부를 전부 확인한 뒤였다.
결전 다음날 타슈켄트의 한 호텔에서 신 감독은 취재진과 조촐한 간담회를 가졌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이란과 홈경기 때 표정이 많이 굳어있었다.
“ 한 경기에 우리의 운명이 좌지우지 될 수 있었다. 내 전체 축구인생을 되돌아봐도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부임 2개월을 되돌아본다면.
“국가대표 감독은 정말 무거운 자리다. 본선에만 오르면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월드컵 생각에 벌써 고민이 시작됐다.”
-기성용(스완지시티)에 대한 고민이 컸을 텐데.
“못 뛸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선수다. 최종예선 1∼8차전을 책임진 주장이다. 뛰지 못하더라도 동료들을 리드해주길 바랐다. 또 대표팀에서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축구대표팀 기성용. 스포츠동아DB
-대표팀 경기력에 실망감이 있다.
“축구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이번은 최종목적지가 분명했다. 경기력 발전 방안을 고민할 틈도 없었다. 2연전에 올인 했다. 이제 변화하면 된다. 월드컵 진출 목표를 달성했다. 비난도 좋지만 격려도 해주셨으면 한다.”
-러시아월드컵까지 9개월여 남았다.
“대한축구협회와 향후 방향을 논의하겠다. 점진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인재풀은 머릿속에 구상이 있다.”
-비상경보가 해제됐다. 앞으로도 베테랑들을 뽑을 건가.
“장담할 수 없다. 보장도 없다.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와 체력을 전부 검토해야 한다. 핵심은 기량이다. 내년 본선 무렵까지 실력이 좋으면 당연히 월드컵에 함께 간다.”
축구대표팀 이동국.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월드컵 본선대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올림픽에서도 어려운 조에 편성됐다. 월드컵 조별리그를 어떻게 치를지 모르지만 수비만 하다 끝낼 생각은 없다. 공격적인 색채를 입힐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 10월 유럽에서 원정 평가전을 갖고, 꾸준히 강호들과 스파링을 해야 한다. 강팀과 계속 만나야 단점을 찾아 보완할 수 있다.”
-생애 첫 월드컵이다.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대박을 터트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