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국가폭력의 피해자” 문성근X김여진 8년간 사라진 이유 (종합)

입력 2017-09-15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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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의 피해자” 문성근X김여진 8년간 사라진 이유

“세계적 망신이자, 국가 폭력이다.”


배우 김여진과 함께 MB정권(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배우 문성근의 일침이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11일 ‘MB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을 조사한 결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활동 압박을 지시한 문건, 일명 ‘블랙리스트’를 발견했다. 해당 블랙리스트에는 문성근, 김여진, 김장훈 등 문화·예술계의 80여명의 이름이 담겨 있다. 특히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문성근과 김여진의 합성사진이 유포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성근은 15일 방송된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이하 뉴스 브리핑)에서 “(합성사진에 대해) 어제(14일) 오후 2시쯤 알게 됐다. 믿어지지 않는다. 극우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 굉장히 저급한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가기관 결재를 받아서 했다고 하니, 이건 세계적인 개망신 뉴스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해외 토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출연 제약에 대해서는 “최근 출연한 ‘조작’은 8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자명고’ 이후 오랜만한 작품”이라며 “그동안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한 이유는 외압이 있었다. 날 캐스팅하고 싶었던 PD들도 있었다. 그런데 방송사 내부적으로 출연을 제약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이 과정을 내가 말하기는 어렵다. 방송사에서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밝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드라마 출연 제약이 있던 지난 8년간 문성근은 영화 활동은 꾸준히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숨은 제재는 있었다. 문성근은 “큰 영화에 출연한 것은 아니다. 대기업에서 제작하는 영화에서는 출연이 어렵더라. 작은 역할이나 작은 영화에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정권에 대해 ‘저렴한 정권’이라고 표현한 것은 헌법을 파괴한 행위 때문이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밥줄 끊어버리는 것은 국가 폭력이자, 반헌법적인 범죄행위다”라고 이야기했다.

방송인 김제동과 같은 불법 사찰에 대해서는 “나를 따라다니거나 그런 경우는 없었다. 다만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사찰 위험에 노출됐다.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스마트폰 같은 경우에는 사찰 위험이 컸다. 그래서 난 iOS가 탑재된 ‘아이폰’만 쓴다. 안드로이드 OS용 스마트폰의 경우 원격으로 녹음도 가능하고 모든 걸 빼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또 문성근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가 정치 활동 때문이냐”는 질문에 ““선후관계가 어느 쪽이 먼저냐다. 출연 정지가 먼저다. 나는 복직투쟁을 하는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권을 바꾸기 전에는 복직이 안 되니까. 故노무현 전 대통령 돌아가시고 우리 정당을 어떻게 바꿔야할 것이냐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일단 (김여진과) 합성사진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할 것 같다. 그 이외에도 여러가 지 문건이 발견됐다고 들어와서 확인하라고 하더라. 지난 9년 동안 내 주변에서 벌어졌던 이상한 일들이 국정원 문건에서 발견되지 않나 확인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문성근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다 뒤집어쓸 생각하지 말고, 어차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도 있으니까 다 고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문성근과 함께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은 물론 합성 사전으로 곤욕을 치른 김여진은 14일 SNS 계정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그는 “2011년의 사진이라고 한다. 그게 그냥 어떤 천박한 이들이 낄낄거리며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작품이라더라. 가족을, 아니 지금 이곳에서 함께 촬영하는 스태프들 얼굴을 어찌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난 일이다. 아무리 되뇌어도 지금의 나는 괜찮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각오를 했었고 실제로 괜찮게 지냈다. ‘덕분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도 이건 예상도 각오도 못 한 일이다. 그 추함의 끝이 어딘지 똑바로 눈뜨고 보고있기가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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