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 박세웅-박세진 #형제 #야구 #승부 #꿈

입력 2017-10-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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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세웅(오른쪽)과 kt 박세진 형제가 카메라 앞에 섰다. 형제는 외모뿐 아니라 성격까지도 다르지만 야구라는 교집합을 갖는다. 사진제공 | kt위즈

롯데 박세웅(22)과 kt 박세진(20)은 KBO리그 사상 최초의 역사를 썼다. 형제가 나란히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을 받는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형 박세웅은 2014년, 동생 박세진은 2016년 각각 kt의 1차지명을 받았다. 형이 2015년 5월 롯데로 트레이드되면서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지는 못하게 됐지만, 어릴 때 같이 야구를 시작한 형제는 함께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꿈을 이뤘다.

형 세웅은 2015년 2승11패(방어율 5.76), 지난해 7승12패(방어율 5.76)로 점점 성장하더니 올 시즌 12승6패(방어율 3.68)의 호성적을 올리며 롯데 마운드의 주축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발돋움했다. 동생 세진은 지난해 7경기(선발 3경기), 올해 4경기(선발 3경기)에 나섰지만 아직 1군 무대 첫 승을 올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kt는 그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보고 있다.

오른손잡이 형과 왼손잡이 동생. 사실 형제라는 사실 외에는 몸매며, 성격이며, 다른 면이 너무나 많다. 이제 스무 살을 갓 넘은 꿈 많은 영건들을 만나 형제애와 야구선수로서의 승부의 세계, 둘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살펴봤다. 그리고 형제 프로야구 선수를 키우는 부모님은 두 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들어봤다.

kt 박세진-롯데 박세웅(오른쪽). 사진제공|kt위즈



● 같은 날 야구를 시작했지만 사연은 달랐다

-어떻게 야구를 시작했어요?



박세웅(이하 웅) :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혼자 다니기 싫어서 동생을 꼬셔서 같은 날 야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동생이 3학년이었어요.”


박세진(이하 진) : “어릴 때 구미에서 살았는데, 집 근처 시골 논에서 매일 형과 야구놀이를 했어요. 저는 처음엔 야구가 싫었어요. 형은 항상 공을 던지고 난 공을 받기만 했거든요(웃음). 그런데 야구부에 가서 여러 명과 야구를 하다보니 공도 던질 수 있어서 재미있더라고요.”

어머니 원정란(44) 씨는 부연설명을 했다. “구미에 살 때 아이들 아빠(박기용 씨·48)와 제가 회사에 다녀서 함께 사셨던 할머니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세웅이 세진이를 키우다시피 하셨거든요. 그때 아빠가 애들한테 글러브를 사다줬는데 오후에 둘이 매일 야구를 하면서 놀았대요. 그러다 세웅이가 야구하는 학교로 보내달라고 해서 도산초등학교에 테스트를 받으러 갔는데 합격을 하면서 둘이 야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박세웅과 박세진은 이내 대구 본리초등학교로 전학한 뒤 나란히 경운중과 경북고를 졸업했다. 이때 부모님도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대구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박세웅은 “아빠 회사가 구미에 있었기 때문에 매일 대구 집에서 구미까지 출퇴근하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면서 깊은 효심을 드러냈다.


-어릴 때 형제끼리 많이 싸우잖아요. 둘은 어땠어요?

웅 : “어릴 땐 형제끼리 다들 그렇지만 치고 박고 싸웠죠. 그래도 동생이 착해서 많이 싸우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진 : “어릴 땐 많이 다퉜어요. 형이 심부름시키는 걸 제가 안 하고 그러다(웃음).”


-성격은 어떻습니까. 둘이 다른 것 같기도 한데.

웅 : “저는 친한 사람 앞에서 말이 많아요. 수다를 많이 떠는 편이죠. 동생은 과묵해요. 집에 함께 있어도 그렇게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고요.”

어머니 원 씨는 둘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세웅이는 엄마나 아빠한테 먼저 전화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우리가 전화를 하면 ‘별 일 없다’고 하죠. 장남이라 그런지 모르겠어요. 착하긴 한데 아빠 닮아서 고집도 있고, 한 번 아닌 건 두 번 다시 안 돌아봐요. 반면 세진이는 하루 한번 정도 먼저 전화를 해서 하루 일과를 얘기하는 스타일이죠. 그날 있었던 일이나 퓨처스에서 있었던 일도 세세하게 보고해요.”

원래 kt의 지명을 받았던 박세웅(왼쪽 사진)은 2015시즌 도중에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2017시즌 영건 선발의 대표주자로 성장했다. kt는 박세웅의 빈자리를 그의 동생 좌완 박세진이 메워주기를 기대한다. 고교 시절의 잠재력은 박세진이 형을 능가했다. 스포츠동아DB



● 동생이 보는 형, 형이 보는 동생

-자주 연락하나요?


진 : “형이 승리투수 되면 ‘축하한다’고 문자 보내기는 하지만, 제가 전화하는 걸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형이 저한테는 과묵한 거 같아요(웃음).”

웅 : “경상도 출신 남자 형제끼리라 그런지 둘이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연락도 자주는 못해요. 서로 자기 생활이 있으니까.”


-형이니까 동생한테 용돈도 주고 그래요?

웅 : “제가 프로 입단하고, 동생이 고3 때 1차지명 받고 부산으로 친구들하고 야구 구경을 하러 왔어요. 그땐 제가 친구들하고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용돈도 주고 그랬죠. 그런데 계약금을 나(2억원)보다 동생(2억3000만원)이 많이 받았으니까 동생이 더 부자잖아요. 이젠 용돈 안 줘요.”

진 : “계약금은 다 부모님 드리고 용돈 받아쓰고 있어요. 형하고 연봉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아직 제가 용돈 받아야죠.”(2017년 연봉은 박세웅 1억원, 박세진 3000만원)

어머니 원 씨는 “어릴 때부터 항상 같은 옷, 같은 신발 등 뭐든지 같은 걸 사주면서 둘을 키웠다”고 소개했다. 실제 어릴 적 사진을 보니 같은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한 사진이 많았다.

롯데 박세웅과 kt 박세진 형제의 어릴 적 모습. 부모님을 둘을 키우면서 싸우지 않도록 항상 같은 글러브를 사주고, 같은 옷을 입혔다.-박세웅이 어릴 적 잔디밭에서 등에 동생 박세진을 태워주며 놀고 있다. 형제는 어린 시절의 고향 경북 구미 집 근처 논에서 야구를 하며 꿈을 키웠다.(오른쪽). 사진제공|박세웅 어머니



-형이 바라보는 동생, 동생이 바라보는 형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진 : “형이 올해 잘 던지니까 부럽죠. 그러나 언젠가는 형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웅 : “동생이 잘 할 거라 믿지만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요. 지금은 힘든 시기일 거예요. 고등학교 때는 구속(140㎞ 중후반)이 나보다 더 빨랐는데, 프로 들어와서 구속(130㎞대)이 떨어져서 스트레스도 심한 것 같아요. 점차 좋아지지 않을까요.”


-동생한테 조언도 해주나요?

웅 : “동생이 물어오면 얘기를 해주지만 지금은 기다려 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도 힘든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옆에서 얘기하면 그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거든요.”

진 : “밸런스를 잃어버려 구속이 갑자기 떨어져 스트레스가 심한데, 형이 ‘한번 던졌던 투수는 구속이 언젠가는 올라온다’면서 격려해주고 그래요.”


-형으로서 동생의 장점 가운데 한 가지만 가져올 수 있다면?

웅 : “왼손잡이. 야구는 타자나 투수나 왼손잡이가 유리한 점이 많잖아요.”


-동생으로서 형의 장점 가운데 한 가지만 가져올 수 있다면?

진 : “성격 같아요. 저는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얘기를 잘 못하거든요. 약간 내성적이라.”

kt 박세진-롯데 박세웅(오른쪽). 사진제공|kt위즈



● “승부 앞에 양보 없다” 형제가 꾸는 꿈


-지난해 같은 경기에서 동시에 등판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잖아요. 4월 27일 수원에서 형은 롯데 선발투수로 등판하고, 형이 내려간 다음에 동생이 kt 구원투수로 등판했었죠. 당시 형은 5.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동생은 0-2로 뒤진 8회에 마운드에 올라 3타자를 상대하면서 1안타 1볼넷으로 1실점했습니다.

웅 : “솔직히 경기에서는 동생에 대해 크게 신경 쓸 수 없어요. 그날도 그냥 동생이 ‘올라왔구나’ 정도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진 : “처음엔 형이 의식되긴 했지만 나중엔 경기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지난해 7월 27일엔 같은 날 형제가 다른 팀을 상대로 동시에 선발등판했습니다. 동생은 광주 KIA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고, 형은 잠실 LG전에서 6.1이닝 5실점(3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습니다. 둘이 선발 맞대결을 하는 날이 온다면 어떨까요?

진 : “승부 앞에서는 양보 없죠. 제가 실력을 키워서 이겨야죠.”

웅 : “얼마 전에 만나서 그런 얘기했어요. 너는 6이닝 2실점 정도로 잘 던지고, 팀은 우리가 2-0으로 이기면 좋겠다고(웃음). 양보할 생각 없습니다. 프로잖아요.”

어머니 원 씨는 “솔직히 선발 맞대결은 보고 싶지 않아요”라며 손을 내저었다.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야구장에 자주 가서 응원을 했지만 프로 입단 후에는 한 번도 야구장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부담을 가질까봐 아빠하고 야구장에 안 가요. 우리가 긴장되고 가슴이 떨려서 TV로도 아들 등판 경기는 거의 보지 않거든요”라면서 “아들 둘이 선발 맞대결한다면 프로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맞대결에서 지는 아들은 스트레스가 심할 거잖아요”라며 웃었다.



-둘의 꿈은 뭔가요?

진 : “지금은 프로 첫 승이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팀에서 1선발, 에이스가 되는 것이고요.”

웅 : “우선 선발투수 보직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고,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롯데 팬들이 제가 안경을 썼다고 돌아가신 최동원 선배님하고 비교를 많이 하시는데, 제가 한 번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동영상으로 던지는 모습은 많이 봤습니다. 선배님처럼 좋은 업적을 남기고 싶어요. 특히 프로에서 우승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동생은 고등학교 때 우승을 해봤지만, 저는 야구를 하고 나서 우승을 한 번도 못했거든요.”


-추석 연휴입니다. 추석날 특별한 추억이 있나요?

진 : “추석이면 항상 아버지 형제분들이 다 저희 집에 모였어요. 우리 형제가 같이 야구하니까 어른들께서 ‘차례상에 글러브도 올려놔라’라고 말씀하셔서 음식 옆에 글러브 올려놓고 절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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