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學] 개봉임박 가을야구, 단기전의 필요충분조건

입력 2017-10-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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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팬들에게 감동을 선물 할 2017년 포스트시즌이 5일부터 시작된다. 가을야구는 단기전인 만큼, 페넌트레이스와는 다른 변수가 워낙 많아 포스트시즌에 나선 각 팀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올 가을야구에선 누가 웃을까. 스포츠동아DB

길고 긴 장기 레이스는 이제 그 마무리를 눈앞에 뒀다. 6개월간 양보 없는 싸움을 펼쳤던 10개 팀 중 ‘가을의 선택’을 받은 팀은 단 5팀이다. KIA, 두산, 롯데, NC, SK가 5일부터 벼랑 끝 승부에 돌입한다.

10개 팀이 144경기씩을 치르는 정규시즌이 거대한 전투의 연속이라면, 포스트시즌은 장수들의 ‘일기토’라 할 수 있다. 맞대결을 펼치는 팀들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변수 속에서 자웅을 겨룬다.

매 경기가 살얼음판 승부인 만큼 가을야구에 임하는 팀들은 다양한 준비를 사전에 마쳐야 한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 종료 후 별다른 휴식기 없이 곧바로 진행된다. 준비할 시간은 짧은데, 오히려 챙겨야 할 것은 더 많다. 철저하면서도 효율적인 가을야구 대비는 과연 무엇일까. 야구기자 2년차 장은상 기자가 묻고,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이자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사령탑인 조범현 전 KIA 감독이 답했다.


Q :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야구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상위 5개 팀은 이미 철저한 사전 준비에 돌입했는데요. 해당 팀들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A :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입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을야구 경기 수는 과거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이는 와일드카드를 준비하는 팀은 물론 상위 시리즈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다른 팀들에게도 변수가 추가된 셈이에요. 정규시즌 종료 후 단기전을 준비할 여유가 그 만큼 없어진 거니까요. 보통 준플레이오프까지는 정규시즌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어요. 별다른 휴식 없이 즉각 일전에 돌입하니까요. 투수와 야수들의 컨디션을 단기전에 맞춰 관리 할 수가 없죠. 그러나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있는 팀들은 사정이 달라요. 휴식과 준비과정에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더 있어요. 각 시리즈에 임하는 팀들은 저마다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르니까 그에 따른 준비 과정도 당연히 차이가 있게 됩니다.


Q : 구체적으로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A :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친 팀이라면 체력 비축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해요. 올해를 예로 들면 KIA와 두산, 롯데와 NC가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싸움을 했잖아요? 사실상 살얼음판 승부를 일찌감치 시작한 경우입니다. 긴장감 있는 경기를 하고 있을 때는 선수들이 피로도를 크게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결과가 나오고, 휴식기에 접어들면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요. 이런 경우 컨디션 관리를 잘못하면 체력이 바닥인 상황에서 단기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경기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팀들은 적당한 연습경기를 통해 자가 점검에 돌입해야 해요. 무조건 경기를 많이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닙니다. 선수 개개인의 상태를 확실히 파악한 뒤 감각이 떨어진 부분을 보완한다는 수준에서 연습경기를 실시해야죠.

스포츠동아DB



Q : 단기전 승부에서는 역시 선발투수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는데요.

A : 우리나라 포스트시즌은 사실상 3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간다고 보면 됩니다. 3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가 승부의 최대 관건이죠. 상대와의 궁합, 구위, 최근 컨디션을 철저히 분석해 맞춤식 선발을 낼 필요가 있어요. 무조건 1선발을 첫 경기에 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우리 3선발이 상대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1선발을 밀어내고 시리즈 첫 경기 선발을 차지할 수도 있는 거죠. 그런 팀은 1, 2선발을 이후 경기에 활용할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운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 할 수 있습니다. 또 시리즈 초점이 다른 경우가 있을 수도 있어요. 홈이냐 원정이냐, 현재 투수의 구위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느냐에 따라 선발카드에 변화를 줄 수도 있습니다.


Q : 단기전에서는 소위 말해 ‘미친 선수’의 존재감이 반드시 필요한건가요?

A : 물론입니다. 결정적인 도움을 가져온다고 봐야죠. 선수들의 집중력의 차이에서 기인한 경우라고 볼 수 있어요. 정규시즌에는 평범했던 선수가 갑자기 포스트시즌에 맹활약을 펼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선수가 속해 있는 팀은 생각지도 못한 무기를 가지게 되는 겁니다. 반면 상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나는 거죠. 그런 선수가 시리즈에서 1~2경기만 활약을 펼쳐도 상대는 대처할 틈이 없어요. 보통은 베테랑 선수들이 단기전에 대한 경험이 많다 보니 이런 경우의 주인공이 될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가을야구에서는 경험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한거죠. 자신의 맹활약을 발판 삼아 어린선수들까지 끌어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아마 없을 겁니다.

정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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