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정수민. 스포츠동아DB
정수민은 빅리그에 입성하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른 지 두 달 만에(2013년 6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근무지는 최전방이었다. 사실상 2년여를 야구와 단절된 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야구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마산구장에서 만난 그는 “최전방에서 근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더라. 경계근무지로 이동할 때 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체가 강화되고 체력도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이제는 모두 추억”이라며 해맑게 웃던 그였지만, 컵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뒤 느낀 좌절감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그는 “귀국 직후에는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포기 단계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대로 끝낼 순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의대 이상번 감독 등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사람들 때문이다. 부산고 시절 투수코치였던 이 감독은 정수민이 전역한 뒤 동의대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수민이 2016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8번)에서 NC의 지명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 조력자이기도 하다. 정수민은 “스스로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 가족들과 이 감독님 덕분에 다시 공을 잡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첫 포스트시즌(PS)은 정수민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2016년에는 PS 엔트리에 들지 못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때는 현장에서 한발 물러난 느낌이었지만, 덕아웃에 있는 올해는 항상 준비하게 된다. 차가운 공기를 느끼니 가을야구에도 뛰고 있다는 게 실감난다. 하루하루가 감격이고, 또 감동”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지난해에는 두산을 이기지 못했는데, 내가 엔트리에 포함된 올해는 꼭 이기고 싶다. 마운드에 오르면 어떻게든 책임지고 막아 내겠다”고 다짐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