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회장님 사과에도 고개 돌린 민심…축구협회 개혁 구상은?

입력 2017-10-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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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정몽규 회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표팀 전담팀 상시 운영 등 이번주 내 취합
수뇌부 전원사퇴 등 극단적 개편 사실상 불가
한국축구 신뢰 회복 위해 야인들도 머리 맞대


대한축구협회 정몽규(55) 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한국축구를 둘러싼 사태들에 입장을 밝혔다.

한국축구는 역대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다. 대표팀은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올라 통산 10 회,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했지만 아시아 최종예선 과정에서의 무기력한 경기 탓에 연일 질타를 받고 있다. 거스 히딩크(71) 감독의 재부임을 둘러싼 파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협회가 신태용 감독을 신임했다고 말해도 팬들은 줄기차게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라고 요구한다.

비슷한 시기, 경찰이 발표한 전·현직 협회 임직원들의 비위사실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엎친데 덮친다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역대 최저인 62위까지 추락했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57위)에까지 추월당한 상황에 싸늘하고 따가운 반응이 여기저기 터져 나온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회장으로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정 회장은 큰 폭의 개혁을 약속했다. ▲대표팀 전폭지원 ▲협회 조직개편 ▲클린 협회 만들기 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민심은 돌아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매스컴에서 정 회장의 현실인식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아직 문제가 무엇인지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다보니 지극히 평이한 축구 관련 기사에도 “싹 갈아엎어라” 등의 부정적인 댓글이 온라인에서 줄을 잇는다. 일각에서는 콜롬비아(수원)∼세르비아(울산)로 이어질 11월 A매치 2연전에서 텅텅 비어있는 관중석을 보여주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이에 동조하기도 한다.

분명 침묵하는 다수도 있겠지만 국민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축구협회 입장에선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해도 비난부터 나오고 있으니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23일에는 협회 김호곤(66)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축구와 정치는 별개라고 주장해왔던 축구협회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밀려드는 비난과 압력에 제대로 대응할 힘이 지금은 없다.

그래도 협회는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추진한 허상뿐인 개편이 아니라 이참에 축구계의 신뢰회복을 위한 모든 과정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생각은 있다. 정 회장은 이번 주 내로 협회 개혁과 관련한 여러 안건들을 취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전담부서를 월드컵지원팀처럼 임시 조직뿐 아니라 상시 운영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축구계 야인들까지 함께 할 최대한 열린 조직을 만드는 안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성인 위주에서 미래를 보고 풀뿌리 축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유소년 프로젝트 활성화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인사 개편도 뒤따를 전망이다. 월드컵지원팀 등 임시 조직으로의 부서 이동은 물론, 신선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공받기 위해 명망 있는 축구인들을 협회로 끌어들이는 노력도 병행한다.

다만 수뇌부 전원 사퇴와 같은 극단적인 조직개편은 나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 회장의 개혁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틀은 유지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떠나면 업무에 당장 공백이 생긴다. 책임질 부분은 냉정히 지지만 막연히 온라인 기반의 여론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지만 과연 여론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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