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교감…‘100년 클럽’ 씨 뿌리는 전북

입력 2017-11-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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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최강희 감독. 사진제공|전북현대

팬 사인회·봉사활동 등 지역 밀착 활동
유소년 전용 훈련장 구축…미래에 투자
최강희 감독 “최고에 있을 때 대비해야”


전북현대는 2000년대 들어 2차례 아시아 정상(2006·2016)에 올랐고, 5차례(2009·2011·2014·2015·2017) K리그를 평정했다. 명실상부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최강 클럽이다. 세상 어떤 일이 그렇듯 과정이 없는 결실은 없다. 남들이 정체하거나 쇠퇴할 때 전북은 부지런히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모두가 투자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안일하게 생각할 때 유일하게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숱한 견제와 시기, 질투에 굴하지 않고 전북은 흔들림 없이 그들만의 마스터플랜을 밑바탕 삼아 도전했고 또 성취했다. 바야흐로 지금은 전북의 전성시대다. 3회에 걸쳐 전북 왕조를 해부했다.

전북현대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늘의 우승’이 아니다. 물론 트로피를 가진 사람의 배부른 소리가 아니다. 우승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내일을 고민하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북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최강희(58) 감독은 “항상 우승하면 즐겁다. 그렇지만 여운은 오래가지는 않는다. 우승 당일만 행복할 뿐이다. 내일부터는 또 내일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하다. 오늘의 영광에 취해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공들여 쌓은 탑도 무너진다. “팀을 만들기까지 과정은 혹독하고 아주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대비하지 않으면 신기루처럼 영광도 사라진다”고 최 감독은 믿는다.

사진제공|전북현대


전북은 올해로 창단 23주년을 맞이했다. 2016 년부터 시작한 2차 마스터플랜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10년 주기 비전 프로젝트에 이은 5년 주기의 2번째 작업이다. 그동안 전북은 3가지에 노력했다. ▲K리그 우승 ▲클럽하우스 구축 ▲유소년 시스템 출범 등이 기본 목표였다. 대부분의 목표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 전북은 최고의 보금자리에 자리잡고 꾸준히 K리그 정상을 노크하며 풀뿌리도 본격 육성에 들어갔다.

‘비전 2020’으로 정한 2차 마스터플랜은 2가지가 추가됐다. ▲자생력 강화 ▲지역정착이다. 이를 위해 최고 네임밸류의 선수들도 구단의 노력에 적극 동참한다. 귀찮을 법도 하지만 누구 하나 내색하지 않는다. 오전 10시와 오후 8시 전주시내에서의 팬 사인회, 봉사활동에 열심히 나서 다른 팀 팬들의 부러움을 산다. 인기스타 이동국부터 쟁쟁한 태극전사 출신들이 총출동해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고 인근 학교에서 일일클리닉을 열며 팬들과 교감하는 장면은 전북에서 아주 흔하다. 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구단이 원한다면 언제든지’라는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을 흔쾌히 지역 봉사활동에 참여시킨다. 훈련시간도 시원하게 조정해주곤 한다. 이들은 팬이 없는 팀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돈이 돌고 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돈을 끌어들이는 루트와 구조가 아직까지는 선수 이적 시장에 상당 부분이 얽혀있는 만큼, 모기업의 의존도를 차츰 줄이기 위해서라도 팬들을 확충해야 한다.

전주 시내뿐 아니라 주변 도시까지 구석구석 방문하며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다. 홈경기 평균 3만 관중을 원대한 꿈으로 삼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않은 탓에 2015년의 우승 열기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시즌 초반 제주에 대패하고, 약체들에게 종종 덜미를 잡히는 등 과거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영향도 컸다. 전주에 축구문화가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고는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사진제공|전북현대


그래도 노력은 보상을 받았다. 9월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선정한 ‘올해의 브랜드 대상 2017’에서 프로스포츠 축구부문 대상을 받았다. 15년째를 맞이한 브랜드 대상은 올 한해 소비자들에게 노출된 모든 브랜드 가운데 인지도, 시장점유율 등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순위를 가린다. 올해 처음 신설된 프로스포츠 부문에서 전북은 1위인 대상을 차지했다.

전북은 1차 프로젝트의 미완성 단계인 유소년 성장에도 여전히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전임 이철근 단장이 계획한 유소년 축구타운 설립이 백승권 단장 체제에서 올 여름부터 본격 추진됐다. 클럽하우스 인근에 천연 잔디구장 1개, 인조 잔디구장 1개면이 추가된다. 오롯이 유소년 전용 훈련장이다. 현재 클럽하우스는 천연구장 2개, 실내 인조구장 1/2면이 있다.

훈련장이 추가되면 유소년만을 위한 숙소도 마련된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까지 최대 100 여 명이 머물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15세 이하(금산중), 18세 이하(영생고) 선수들이 수혜자다. “성인 팀을 탄탄히 만드는 것이 오늘의 준비라면 유소년 축구타운은 전북의 미래를 의미한다. 향후 10년, 나아가 100년 클럽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가장 공을 들여야 한다”고 백 단장은 말한다. 전북은 어제의 준비로 오늘을 만들었고 또 내일을 그려가고 있다.<끝>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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