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점보스 가스파리니.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 외국인선수 가스파리니(33)는 7일 삼성화재전에서 V리그 데뷔 이래 최악의 경기를 했다. 3득점으로 끝났다. 1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리턴매치에서도 가스파리니의 공격성공률은 35.18%에 불과했다. 23점을 냈지만 실책이 13개에 달했다. 삼성화재 타이스(31득점, 공격성공률 56.36%)와 대조를 이뤘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KBSN 이세호 해설위원도 고개를 갸웃했다. 3세트 도중 “가스파리니의 체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평을 했다. 5세트 가스파리니는 9-13에서 매치 포인트를 내주는 치명적 서브 실책까지 저질렀다. 가스파리니가 2016~2017시즌 서브 전체 1위였음을 떠올리면 더욱 심각하다.
이 위원은 가스파리니의 나이를 말했다. 여기에 한 가지 가설을 더 세울 수 있다. 가스파리니가 채식주의자가 된 사실이다. 2017~2018시즌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가스파리니는 대한항공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단백질 섭취는 콩으로 했다. 무엇을 먹느냐는 신념의 문제다. 대한항공이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다. 가스파리니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봐 왔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공교롭게도 V리그가 격렬해질수록 가스파리니의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 원인을 단정할 순 없다. 채식이 원인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 실제 7일과 10일 삼성화재전 이전까지 5경기에서 가스파리니는 131점을 올렸다. 그러나 점점, 그리고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스파리니는 대한항공의 ‘2017~2018 도드람 V리그’ 우승을 위한 필수전력이다. 트라이아웃 규정 상, 가스파리니와 대한항공의 계약은 이번 시즌이 끝이다. 배구계에서는 “가스파리니가 있을 때, 대한항공이 우승하지 못하면 훗날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본다. 어떤 식으로든 가스파리니를 살려낼 방도를 찾지 못하는 한, 대한항공의 반격은 요원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