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도, 조연도 별중의 별…‘멀티캐스팅 시대’

입력 2017-11-2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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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유지태·배성우 등이 출연하는 영화 ‘꾼’(위쪽)-이정재·차태현·주지훈 등이 출연하는 영화 ‘신과함께’. 스포츠동아DB

현빈·유지태 ‘꾼’ 등 호화캐스팅 붐
믿고보는 배우…관객들 끄는 큰 힘
‘남한산성’ 부진…흥행 보장 미지수

올해 1∼10월까지 한국영화 관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0만여명 감소했다. 극장가 비수기인 11월에도 이렇다 할 흥행작이 나오지 않으면서 올해 한국영화의 관객수 증감 정도에 눈길이 쏠린다. 22일 개봉하는 ‘꾼’과 29일 ‘반드시 잡는다’, 12월 개봉작 ‘신과함께’와 ‘강철비’, ‘1987’ 등 연말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각 작품의 제작진은 각기 스타급 배우들을 대거 내세워 한창 홍보마케팅 활동 중이다. 이른바 ‘멀티캐스팅’ 영화가 연말 극장가 장악을 노리는 가운데 대부분 신선한 기획을 내세운 웹툰 원작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꾼’은 현빈·유지태·배성우 등, ‘신과함께’는 이정재·차태현·주지훈 등, ‘강철비’는 정우성·곽도원·김의성 등, ‘1987’은 김윤석·강동원·유해진·김태리 등이 각각 나섰다. 하정우는 ‘신과함께’와 ‘1987’에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스타급 배우들이 여럿 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그 흥행 기대감 또한 커진다.


● ‘대작’ 그리고 ‘장르와 배우’

최근 몇 년 사이 서너 명 이상 스타급 배우들이 한 편의 영화에 주연 혹은 그에 버금가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방식이 정착했다. 각 배우의 관객 신뢰도와 티켓 파워를 한 무대에 집중시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도둑들’ 이후 ‘관상’ ‘베를린’ ‘신세계’ ‘마스터’ 등 흥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극장 소비자 결과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객은 ‘배우’를, ‘내용·줄거리’와 ‘장르’에 이어 관람 영화 선정시 주요 고려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몇 년 사이 같은 자료에서도 큰 변화가 없다. 그만큼 여전히 배우에 대한 관객의 신뢰가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며, 멀티캐스팅 영화가 잇따라 제작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반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멀티캐스팅 영화의 대부분이 액션이나 SF, 범죄물, 강한 드라마를 내걸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위 조사에 따르면 관객은 액션, SF·판타지·어드벤처, 드라마, 범죄·스릴러 등 장르를 주로 관람했다. 2013년∼2016년까지 순위의 뒤바뀜만 있을 뿐 선호도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 이전 흥행작이나 신규 개봉작 대부분 이 같은 장르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멀티캐스팅 영화에 대한 흥행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스타급 배우들의 높은 개런티를 감안하면 멀티캐스팅 영화의 제작비는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큰 제작비 규모가 반드시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의 관련 지표는 굳이 틀린 말도 아님을 보여준다.

영화진흥위원회 ‘2017 한국영화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제작비 규모 80억 원 이상 작품의 수익률은 무려 53.9%. 총 제작비 10억 원 이상이거나 최대 개봉관수 1000개 이상 ‘전체 상업영화군’이 8.8%, 순 제작비 30억 원 이상이거나 최대 개봉관수 300개관 이상 ‘핵심상업영화군’이 13.7%였다는 점에 비추면 상당한 수치다. 물론 스크린 독과점 논란으로 대표되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뒷받침된 것이지만, 제작비 규모가 커질수록 그 수익 가능성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점도 100억원을 훌쩍 넘는 대부분 멀티캐스팅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높여준다.

황정민·송중기·소지섭 등이 출연한 영화 ‘군함도’(위쪽)-김윤석·이병헌·박해일·고수 등이 출연한 영화 ‘남한산성’. 스포츠동아DB



● ‘다양성’ 그리고 ‘소외’

하지만 이 같은 멀티캐스팅 영화가 모두 흥행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올해 황정민·송중기·소지섭 등이 나선 ‘군함도’와 김윤석·이병헌·박해일·고수 등이 출연한 ‘남한산성’처럼, 작품적 평가와는 별개로, 상업적으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관객은 ‘내용·줄거리’를 영화 관람의 최우선 고려 요인으로 꼽고 있어 단순히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한다고 무조건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극장 영화 소비자 조사 결과’는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스타급 배우들의 과도한 지분 요구, 이로 인한 조단역급 배우와 스태프의 상대적 박탈감, 대작 위주의 관람문화와 상영관 독과점 등으로 인한 문화적 다양성의 훼손 등 멀티캐스팅 영화 이면의 구조적 문제 역시 여전히 영화계가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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