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NC 해커-김종호-조영훈(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매년 11월 말 프로야구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계약 발표와 동시에 쓸쓸한 작별 소식이 들린다. ‘30승 투수’ 장명부(1950~2005년)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간직했던 말처럼 스토브리그의 뒷모습은 이처럼 냉혹하다.
‘마산발’ 칼바람은 차갑다 못해 살을 에듯 날카롭다. NC는 25일 KBO에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을 포함한 8명의 방출 선수 명단을 제출했다. 2013년 1군 데뷔시즌부터 함께했던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와 함께 김종호(35)와 조영훈(33)은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이다. 김종호와 조영훈은 2013년을 앞두고 NC가 각각 10억원의 이적료를 지급하고 ‘보호선수 20명 외’ 특별지명으로 영입한 핵심 멤버였다.
NC 김경문 감독은 김종호 등 선수들을 직접 만나 세대교체 속 작별할 수밖에 없는 점을 직접 설명하며 예우했다. KBO가 보류 선수를 발표하는 30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NC가 ‘해고 명단’을 외부에 알린 것도 다른 팀에 입단 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NC는 올 시즌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더 이상 2군에 베테랑 선수들을 붙잡고 있는 것은 구단과 선수 모두 이득이 없다는 판단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김종호는 NC가 만든 최고 히트 상품이었다. 삼성 퓨처스팀에서 지명타자로 출전할 만큼 철저한 대주자요원으로 훈련됐지만 김경문 감독의 눈에 띄어 예상을 깨고 특별지명 선수가 됐다. 2013년 50도루, 2015년 41도루 등 리그 최고의 발로 활약했지만 장타력과 수비능력을 더 중요시하는 팀 흐름과 세대교체 속에서 자리를 잃었다.
성실함의 대명사로 불린 조영훈은 최고의 거포 유망주로 꼽혀왔다. KIA에서 특별지명으로 NC로 이적했지만 같은 1루 포지션인 에릭 테임즈라는 외국인 거포에 막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외야 변신 시도까지 하며 기회를 주려고 애썼지만 결국 방출됐다. 김종호는 만33세로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조영훈은 올 해 퓨처스리그에서 OPS 1.198을 기록했다. 장타율이 0.748로 매우 뛰어났다. NC에는 자리가 없지만 현역 유니폼을 벗기에는 많이 아쉽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