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사커20에 등장한 서울 시립대 여자축구부 WFC BETA. 사진제공 ㅣ WFC BETA
동아리서 운동부로 정식 창단…‘꽃길싸커20’ 유명세
쟁쟁한 객원 코치들 참여…아마축구대회서 승승장구
“오빠! 오늘 학교 끝나고, 축구하러 갈래요?”
햇살이 조금씩 달아오르던 지난 5월,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는 축구소녀들이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시립대학교 여자축구부 WFC BETA.
가진 것은 오직 열정 하나뿐인 축구소녀들이 2000년 K리그 신인왕 출신 양현정 감독을 만나 조금씩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꽃길싸커20은 5월부터 7월까지 약 2개월 동안 네이버TV를 통해 공개되며 누적 조회수가 15만을 넘어섰다. 정식 선수가 아닌, 그저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대생들에게 쏟아진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저희는 서울시립대의 유일한 여자 운동부입니다.” ‘캡틴’ 장채윤(스포츠과학·16학번)씨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깃들어 있었다. WFC BETA는 원래 스포츠과학과 동아리였지만 지난 2016년 학교를 대표하는 운동부로 정식 창단됐다. 장씨는 “나름 창단멤버”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WFC BETA와 꽃길싸커20의 인연은 제작사인 빅풋티비 측에서 먼저 손을 내밀며 시작됐다. 장씨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권진희(스포츠과학·16학번), 김한비(국제관계·14학번)씨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나란히 입을 모았다. 꽃길싸커20이 방영된 이후 학교 안팎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고 대회에서 만난 팀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자신들을 경계하는 등 꿈만 같은 변화들이 이어졌다.
축구소녀들의 꽃길을 돕기 위해 많은 이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양현정 감독을 비롯해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서동명 골키퍼 코치, 화천KSPO여자축구단 강유미, 황보람, 정보람, 올림픽대표팀 출신 김태민 코치, 그리고 홍콩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봉진(킷치SC)과 지경훈(HK 레인저스 FC) 등 쟁쟁한 객원 코치들이 참여했다.
이런 손길에 힘입어 WFC BETA 역시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줬다. 촬영 기간 중 참가한 아마추어 여자축구동아리 서울권 대회에서 승부차기 끝에 조별리그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 11월 4∼5일 열린 인천대총장배 아마추어축구 클럽대회에서는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WFC BETA가 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는 ‘애증’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거듭된 패배와 부상으로 눈물짓는 날도 많았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면 거짓말처럼 다 잊어버리고 축구에만 집중하게 된단다. 그녀들에게 WFC BETA는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곳, 그리고 꽃길싸커20과 같은 소중한 경험들을 선물해준 곳이다.
꽃길싸커20을 함께한 객원 코치들은 하나같이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단지 ‘축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오늘도 축구화 끈을 동여매는 WFC BETA의 앞날에 꽃길만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윤지영 스포츠동아 대학생 명예기자 kksoh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