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강민호.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이런 전망과 예측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균열을 맞았다. 21일 FA 포수 강민호(32)가 전격적으로 삼성과 계약(발표액 기준·4년 80억원)하면서다. 2013시즌 후에 이어 다시 FA 권리를 행사한 강민호는 여러 여건과 정황상 롯데 잔류가 유력한 듯했다. 또 삼성의 FA 시장 참가와 포수 보강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희박해 보였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강민호와 삼성이 계약하자, 롯데가 직격탄을 맞는 상황이 초래됐다. ‘팬심’은 들끓었고, 롯데는 절박해졌다. 손아섭 잡기는 롯데 프런트의 사활이 걸린 중대사가 됐다. 결국 롯데는 26일 손아섭과 4년 98억원의 대형계약을 성사시켰다. 강민호의 이탈이 손아섭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롯데에 잔류한 손아섭.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강민호와 삼성의 계약에 화들짝 놀란 쪽은 롯데만이 아니었다. 손아섭 영입에 관심을 두고 있던 LG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를 보였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강민호가 롯데와 손아섭의 협상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강민호와 삼성의 계약이 유탄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란 판단에서였다. 결과적으로 강민호의 삼성행은 LG에 유탄이 아닌 직격탄이 됐다. 반대로 롯데는 그나마 손아섭을 붙잡아 직격탄을 유탄으로 약화시킬 수 있었다.
그 파장은 아직 일단락되지 않았다. 민병헌의 FA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강민호를 잃은 롯데가 FA 추가 영입을 추진하면서 민병헌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쓰럽게도 LG가 또 한 차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제 LG가 노릴 수 있는 표적은 민병헌과 김현수뿐인데, 김현수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잔류에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LG에는 너무도 추운 겨울이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