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으로 유턴한 박병호는 최소 2021시즌이 끝난 뒤에야 국내에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게 된다. 넥센은 규약상 향후 4년간 계약금 없이 박병호의 보류권을 쥐게 된 셈이다. 여기에 흥행과 마케팅 측면까지 고려하면 넥센의 실수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스포츠동아DB
2021년까지 4년간 리그 최고 거포 보유
넥센 최소 100억원 이상 이득
미네소타도 최대 1250만달러 절감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와라.”
올 3월 박병호(31)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맹활약하고도 개막 로스터에서 탈락하자, 이장석 전 넥센 히어로즈 대표가 박병호에게 전한 메시지다.
박병호는 27일 미네소타와 계약을 해지하고 친정팀 넥센과 연봉 15억원에 계약했다. 박병호의 전격 복귀로 넥센은 계산하기 힘든 막대한 이득을 보게 됐다.
리그 최고 거포의 합류에 따른 전력상승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대입하면, 최소 100억원 이상의 효과로 볼 수 있다. 특히 박병호는 2015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넥센에 포스팅 비용으로 무려 1285만달러(약 139억7000만원)를 안겼다. 그러나 두 시즌 만에 돌아왔다.
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포스팅 비용은 5년으로 나눠 계산하면 연간 약 27억9000만원이었다. 넥센은 산술적으로 미네소타가 이미 지급한 3년간 83억7000만원을 단 한 푼도 토해내지 않고 박병호를 다시 보유하게 됐다.
만약 박병호가 2015시즌 후 포스팅을 통해 해외진출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올 시즌 후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다. 2014~2015시즌 2년 동안 무려 105홈런을 친 성적을 고려하면 만 32세 시즌을 맞이할 박병호를 4년 동안 붙잡기 위해선 이대호(롯데)의 역대 FA 최고액 계약 150억원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넥센은 규약상 4년간 계약금 없이 박병호의 보류권을 갖게 됐다. 2018년 연봉 15억원을 4년 내내 지급해도 60억원인데, 시장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는 또 포스팅을 통해 거둔 수입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특히 KBO리그 최고의 홈런타자가 복귀하면서 넥센은 성적뿐 아니라 흥행과 마케팅 측면에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넥센 구단의 주 수입원인 광고 스폰서 계약 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넥센 이장석 전 대표-박병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주도했고 복귀에도 영향을 미친 이장석 전 대표는 법적 다툼 속에 재판을 받고 있지만, 넥센 히어로즈의 대주주이자 오너다. 박병호가 돌아오면서 구단 전체에 긍정적 기운이 매우 커졌다.
박병호의 2016~2017시즌 연봉은 275만달러다. 계속 미네소타에 남았다면 빅리그 승격과 관계없이 2018~2019년 300만달러의 연봉을 받기로 돼 있다. 2020년에는 650만달러를 받을 수 있지만, 구단이 계약해지를 원하면 바이아웃으로 5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미네소타 입장에선 박병호와 작별하면서 바이아웃을 포함해 최소 650만달러, 또는 2020년 연봉을 포함한 최대 1250만달러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포스팅 비용 1285만달러를 지출했지만, 포스팅 때 투자한 돈이라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다. 초고액 선수의 경우 연봉을 보전해주면서까지 트레이드를 시도하는 빅리그의 특성상 미네소타로서도 박병호를 전력외로 분류한 상태라면 크게 손해 보는 결정은 아니다.
박병호로서도 비록 3년간 최대 1250만달러는 포기했지만, KBO리그 간판 홈런타자의 자존심과 명예회복의 기회는 얻은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