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출범 36년 만에…사상 최초 총재 이·취임식

입력 2017-12-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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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구본능 총재-신임 정운찬 총재(오른쪽). 스포츠동아DB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뒤 사상 최초로 KBO 총재 이·취임식이 열린다.

KBO는 27일 ‘2018년 1월 3일 오전 10시 KBO 7층 기자실에서 KBO 제22대 정운찬 총재의 취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면서 ‘이날 행사에서는 구본능 전 총재의 이임식이 함께 진행된다’고 밝혔다.

야구사적으로 의미 있는 자리다. 한국프로야구는 1981년 12월 11일 KBO 창립총회가 열린 뒤 1982년 출범했지만 KBO 총재 이·취임식이 열린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초대 서종철 총재를 시작으로 정운찬 총재는 제22대 총재지만 인물로만 따지면 KBO 역대 13번째 총재다. 결국 전임 구 총재 취임까지 11차례의 총재 교체기가 있었지만 전임 총재가 신임 총재의 취임식에 자리를 함께 한 역사를 만들지 못했다.

과거엔 정치권 낙하산 인사의 쉬어가는 자리쯤으로 인식되다보니 KBO 총재가 임기를 채우는 일도 거의 없었다. 심지어 제6대 오명 총재는 KBO 총재를 맡은 뒤 26일 만에 체신부 장관으로 떠나기도 했다. 개인비리로 자리를 지키지 못한 이도 있었다.

구 총재는 제17~18대 유영구 총재가 중도에 퇴진하면서 2011년 8월부터 6년 4개월 가량 KBO 총재를 맡았다. 1998년 12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만 7년간 자리를 지킨 박용오 총재(12~14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장수 총재로 기록됐다.

구 총재는 야구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역대 총재 중 재임 기간 가장 많은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다. 제9구단과 10구단 창단이라는 외연 확대는 물론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고척스카이돔 등 신축구장을 대거 증설하면서 인프라 개선의 성과도 올렸다. 800만 관중시대 개척 등으로 프로야구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야구에 필요한 일이면 사재를 내놓아 도움을 주기도 했고,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 수장이지만 아마추어 야구를 살리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 야구발전기금을 마련해 초·중·고교 야구팀 창단을 유도하면서 총재 취임 당시 53개에 불과하던 고교야구 팀이 74개까지 늘어났다.

12월 12일 열린 일구대상 시상식에서 구 총재는 축사를 위해 연단에 선 뒤 “그동안 감사했다”며 야구인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원로 야구인부터 현역 선수까지 장내의 모든 야구인들이 기립해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박수를 치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구 총재는 그동안 말없이 떠난 다른 총재들과는 달리 새롭게 지휘봉을 잡는 정운찬 총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기꺼이 취임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KBO 출범 36년 만에 사상 최초로 총재 이·취임식 자리가 마련됐다. 신임 정 총재도 전임 구 총재에게 고마움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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