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단독인터뷰] 한국이 월드컵 16강 가는 길은…

입력 2018-01-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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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은퇴 후에도 활동은 왕성하다. 공중파 축구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인 이영표는 스포츠동아와의 SNS 인터뷰를 통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8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한국축구를 위한 애정 가득한 메시지를 전했다. 스포츠동아DB

현역 은퇴 후에도 활동은 왕성하다. 공중파 축구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인 이영표는 스포츠동아와의 SNS 인터뷰를 통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8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한국축구를 위한 애정 가득한 메시지를 전했다. 스포츠동아DB

이영표(41) KBS 축구해설위원은 다재다능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답게 선수로서 정점을 찍었다. 글 솜씨도 뛰어나다. 자신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녹여 쓴 칼럼 ‘이영표의 from the line’을 2012년 스포츠동아에 연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언변도 탁월하다. 방송해설위원으로서 정확한 단어사용과 논리력이 돋보인다. 특히 날카로운 분석과 정확한 예측은 정평이 나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이를 증명했다. 적중률이 높아 족집게, 예언자, 문어(남아공월드컵 때 정확한 승패예측으로 유명해진 문어를 빗댐) 등의 별명을 얻었다. 이영표 어록이 나올 정도로 축구계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이는 타고난 재능에다 끊임없는 노력을 했기에 가능했다.

이제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모두의 관심사는 ‘한국이 어떤 성적을 거둘 것인가’로 쏠린다. 스포츠동아는 이 위원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가 판단한 한국대표팀의 장단점, 보완해야할 점, 남은 5개월의 과제, 상대 분석, 그리고 한국의 16강 가능성을 살펴봤다.

이 위원은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머물고 있어 SNS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위원은 한국의 16강 가능성을 같은 조의 4개 팀 가운데 가장 낮게 봤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위기에서 나타나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는데, 우리 속에 잠재되어있는 그 힘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모두의 예상을 깨는 결과도 가능합니다”라며 위기에 강한 한국의 저력을 기대하고 있었다.

2002 월드컵 당시 이영표 해설위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02 월드컵 당시 이영표 해설위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월드컵하면 개인적으로 뭐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환호성과 함성, 감격보다는 축구라는 스포츠가 지니고 있는 엄청난 영향력이 먼저 떠오릅니다. 오늘날처럼 좌, 우 그리고 위, 아래로 갈라져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로, 세로, 위, 아래의 모든 경계를 허물 수 있는 힘이 축구에 숨어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을 거치면서 불안했습니다. 팬들의 믿음을 주지 못한 거죠. 그래도 본선에는 성공했습니다. 현재 우리 대표팀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한국의 강점은 아시아 안에서는 분명하게 ‘이것’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지만 아시아를 넘어 월드컵으로 나가면 우리의 강점이 갑자기 상대적 약점으로 뒤바뀌기 때문에 월드컵을 앞두고 현재 우리 대표팀의 강점을 생각해 내기가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의 한계 속에서 강점과 약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월드컵이라는 대회 자체에 접근하는 방식에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먼저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는 어떤 축구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축구를 하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우리의 축구에 집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축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축구에 집중할지, 상대방의 축구에 집중할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누가 더 강한가’ 입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권에서 우리는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우리의 플레이에 집중하는 축구를 합니다. 그러나 월드컵처럼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강한 상대와 싸울 때는 우리가 잘하는 것보다 상대가 못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와 한조에 속한 스웨덴, 멕시코, 독일은 모두 우리보다 강팀이고, 우리는 될 수 있으면 정면 승부를 피해야 합니다. 이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겸손한 것이고, 비겁한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강한 상대 앞에서 우리축구를 마음껏 할 수 없다면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상대방이 자신들의 축구를 못하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것이 바로 축구에서 종종 약팀이 강팀을 잡는 이유입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핵심은 한국축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팀들이 자신들의 축구를 못하게 만드는데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 대표팀의 수비력에 지적이 많습니다. 수비는 어떻게 보십니까. 또 약점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일단 축구에서 수비와 공격의 기본개념부터 정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축구에서는 공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가 바로 수비와 공격을 나누는 기준이고, 상대가 공을 갖는 순간, 우리 팀 11명 모두는 자연스럽게 수비수가 됩니다.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 따라 수비적인 역할과 의무가 생깁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점장면에서는 쉽게 문제점을 찾지만 그 실점장면 5초에서 10초전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한 팀이 실점을 하기까지는 평균 최소한 5번 이상의 수비실수가 겹쳐야 하는데, 실점의 시발점이 되는 첫 번째 수비실수와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수비실수는 대부분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한다는 사실입니다. 실점장면 그 자체에서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팀이 실점위기를 맞기 전 5초에서 10초 사이에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상대에게 득점기회 자체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최고의 수비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공격수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골을 넣지 못하는 공격수보다 첫 번째 수비의 역할을 이해할줄 모르는 공격수를 보는 것이 더 힘듭니다.”


-최근 손흥민이 가장 잘 나가고 있습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돋보이고요. 손흥민의 공격력을 평가한다면.

“EPL은 경기 템포와 속도 면에서 분데스리가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리그이지만 손흥민은 전혀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손흥민은 속도와 움직임 그리고 슈팅과 피니시라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독일과 영국축구가 원하는 축구스타일입니다. 손흥민의 장점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과 연결점이 있습니다. 공간이 주어진 상태에서는 누구든 손흥민을 막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공간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좋은 경기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가끔 대표팀에서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도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에게 상대가 공간을 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손흥민도 좁은 공간에서 플레이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고, 만약에 공간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다른 유형의 플레이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지금 보다 훨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영표 KBS축구해설위원은 축구국가대표팀 에이스로 손꼽히는 손흥민의 강점을 인정하면서도 “손흥민이 이제는 좁은 공간에서 플레이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스포츠동아DB

이영표 KBS축구해설위원은 축구국가대표팀 에이스로 손꼽히는 손흥민의 강점을 인정하면서도 “손흥민이 이제는 좁은 공간에서 플레이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스포츠동아DB



-우리 대표팀은 공격력을 배가하기 위해서 손흥민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가 가장 적합할까요.

“지금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파트너를 찾는 문제가 그렇게 급한 문제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은 공격 쪽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에 가장 믿을만한 공격수일 뿐만 아니라 실력 자체만으로도 이번 월드컵에 나온 대부분의 팀에서 주전으로 뛸만한 실력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의 일원이고, 이것은 손흥민에게도 먼저 수비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손흥민 만큼은 수비부담을 주지 말자고 말하지만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손흥민은 공격진영에서 공을 기다리다 지쳐 결국 공을 받으러 스스로 내려오게 될 것이며, 설사 공을 받더라도 지독한 외로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현재로선 11명 모두가 적극적으로 수비를 하고 함께 역습으로 나가는 방법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최고의 방법처럼 느껴집니다.”


-브라질월드컵 때와 비교해보면 현재의 우리 전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습니까.

“지난 브라질월드컵과 비교했을 때 손흥민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기성용이 더 노련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전체적으로 지난 브라질월드컵보다 더 낫다는 어떠한 증거도 저는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조 추첨마저 강팀과 약팀을 섞어놓는 방식이라 사실은 더 어렵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이재성, 권창훈, 황희찬 등 이번 월드컵에서 새롭게 선보일 선수들은 기대가 됩니다.”

축구대표팀 이재성-권창훈-황희찬(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축구대표팀 이재성-권창훈-황희찬(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이제 남은 기간 동안 대표팀이 가장 신경을 써야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축구에서 상대 소유의 공을 빼앗지 않고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어떤 선수들은 자신이 너무 공격적이라 수비는 잘 못한다고 말하는데, 진짜 공격적인 선수는 공격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수비를 합니다. 수비라는 개념이 수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바로 공격을 위한 것이라는 개념을 선수들이 이해한다면 적극적인 수비야말로 최고의 공격전술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올바른 수비조직으로 상대의 공을 빼앗아오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고, 둘째 빼앗은 공을 소유함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공격전개가 가능한 팀을 만드는 것입니다.”



-조 편성에서 강팀들과 한조가 되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독일, 스웨덴, 멕시코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입니까.

“먼저 독일은 조직적이고 헌신적이며 심지어 규율과 질서가 있는 팀일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잘 알고 이행하는 팀입니다. 실수가 많지 않고 인내심까지 갖춘 독일은 가장 확실한 4강팀 중 하나입니다. 스웨덴은 2016년 6월에 새롭게 부임한 앤더손 감독이 1년 가까이 많은 실험을 했지만 1년이 지난 2017년 6월부터 고정적인 베스트11의 4-4-2 틀을 갖췄고, 교체선수들의 역할과 활용도까지 이미 90% 이상 팀의 조직이 갖춰진 훌륭한 팀입니다.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면서도 쉽게 실점하지 않는 수비집중력은 아주 높은 점수를 줄만합니다. 투 톱 중 9번 베르그는 넓은 활동반경과 득점력을 갖췄고, 7번 라르손이 미드필더의 중심이며, 수비에서는 세트피스가 위협적인 팀의 주장 4번 그란크비가 버티고 있습니다. 또한 올센이라는 좋은 GK도 있습니다. 멕시코는 2015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22경기 무패행진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잠시 온두라스와 자메이카에게 지면서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폴란드를 이기고 벨기에와 3-3으로 비기는 등 다시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3-5-2의 빠른 공수전환과 양쪽 윙 백의 활용도가 높은 전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뒷 공간을 잘 내주지 않는 수비방법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 팬들이 가장 궁금한 건 우리의 16강 가능성인데요.

“수학적으로는 4팀 중 2팀이 올라가기 때문에 50%가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일이 90%, 스웨덴 45%, 멕시코 40%, 대한민국 25% 정도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기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정신적, 심리적, 체력적 영향, 퇴장이나 부상 혹은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치명적인 실수 그리고 심판의 휘슬 등이 더해지면 경기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위기에서 나타나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속에 잠재되어있는 그 힘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모두의 예상을 깨는 결과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 힘이 바로 제가 이번 월드컵을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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