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이 열릴 평창 올림픽플라자. 동아일보DB
조직위는 3일 자원봉사 안내 페이지에 “250과 260 사이즈 신발의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 유니폼 배부 센터에 오면 다른 사이즈의 신발과 깔창을 제공한다. 신발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 어두운 색 신발에 브랜드를 가리고 착용하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여기까지는 큰 물의가 없었다. 그런데 “해당 사이즈의 신발을 착용하는 분들, 특히 설상 베뉴 근무자들은 방한화를 구비할 것을 권장한다”고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자원봉사자 김모 씨는 “기본적으로 지급받아야 할 것을 못 받는 것이다. 관계자에게 문의해보니 ‘250, 260 사이즈 방한화를 원할 경우 사비로 구입해야 하고, 스폰서 문제로 추가로 구비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나 해당 브랜드의 서울지역 지점에 문의한 결과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들에게 제공하는 방한화의 250, 260 사이즈 재고가 아직 남아있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곧 추가 수량이 입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도 “방한화 재고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자비를 들여서라도 신발을 구입하러 백화점에 갔다. 해당 브랜드의 매장에 갔는데, 260 사이즈를 버젓이 판매하고 있더라”고 거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유니폼 위에 점퍼 등의 겉옷을 착용하지 말라는 조직위의 지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자원봉사자들의 질문에도 “겉옷 착용은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모 씨는 “최대한 추위에 버틸 수 있도록 다른 방한대책을 알려줘야 하는데 하지 말라는 것투성이다. 동상에 걸려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방한용품 6종 세트를 지급하겠다”는 등의 개회식 방한대책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이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우려를 덮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2일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대회운영인력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놓자마자 논란이 일파만파 번진 것은 조직위의 대처가 안일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기본적인 지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수많은 방한대책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일이 터지면 일단 비난부터 잠재우고 보려는 조직위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행정이 국제망신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벌써 우려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