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영하 7도·스키 영하 5도때 ‘총알탄 질주’

입력 2018-02-0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적의 환경에서 최상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선수들에게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디테일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윤성빈이 출전할 스켈레톤은 경기장의 기온이 영하 7도일 때 가장 최고의 기록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종목마다 다른 빙설의 최적 조건

하키엔 딱딱한 얼음·피겨는 무른 얼음
하키 퍽, 영하 8도서 177km대 스피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우리 국민들은 빙질(氷質)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것이다.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동계올림픽 성패의 기준은 각 종목마다 필요한 적정온도를 얼마나 잘 맞춰 빙질과 설질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주느냐의 여부다. 4년 전 러시아 소치 대회가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 이유가 바로 빙질, 설질의 디테일에 있었다.

당시 대회의 상징적인 장면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이 500m와 1000m 경기 때 코너를 돌다 넘어지며 대 이변을 만들었다. 경기장의 얼음이 너무 무르다보니 여러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에 얼음이 파인 곳을 하필 아믈랭이 2차례나 지나다가 넘어진 것이다.

선수의 지독한 불운이지만 소치 대회조직위원회에서 디테일한 빙질관리를 하지 않아 불만이 엄청 많았다. 설상종목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소치는 낮 기온이 영상 10도까지 올라갔다. 높은 기온에 눈이 녹으면서 선수들의 기록은 나빴다.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당시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눈이 마치 수프나 눅눅한 과자 같다”면서 비꼬았다.

차준환이 나설 피겨스케이팅은 얼음의 온도가 영하 3∼4도에서 가장 최고의 기록이 나온다. 스포츠동아DB



● 빙상종목마다 최상의 조건을 갖추기 위한 얼음의 강도와 온도는

눈과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동계스포츠는 그 종목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얼음의 단단함이다. 가장 단단한 얼음이 필요한 종목은 아이스하키다. 중무장을 한 선수들이 스틱을 휘두르며 얼음판 위를 빠르게 돌아다녀야 하기에 얼음판이 단단할수록 좋다.

반면 빙상종목 가운데 피겨스케이팅은 가장 얼음이 물러야 한다. 선수가 높은 점프를 하고 내려오는데 얼음이 딱딱하면 스케이트 날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한다. 스피드스케이팅은 피겨스케이팅 보다는 얼음이 단단해야 좋고 그보다 더 단단해야 하는 것은 쇼트트랙이다.

수학공식으로 표시하자면 얼음의 단단한 정도=아이스하키>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피겨스케이팅 순이다. 이 것이 바로 좋은 빙질의 기준이 된다.

얼음의 단단한 정도는 인공장비를 이용해 마치 크레페처럼 여러 겹으로 얼린 얼음을 어떤 온도에서 잘 유지하느냐다. 참고로 피겨스케이팅의 얼음은 영하 3∼4도, 스피드스케이팅의 얼음은 영하 4∼5도, 쇼트트랙은 영하 6∼7도, 아이스하키는 영하 7도 이하일 때 가장 만족할만한 상태로 단단해진다.

한편 아이스하키는 축구의 공 역할을 하는 퍽의 온도도 경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특수경화 고무로 만들어진 퍽은 지름 7.62cm 두께 2.54cm 크기로 무게는 156g∼170g 사이다. 이 퍽이 단단한 얼음판 위를 최고시속 177.7km의 스피드로 움직이기 때문에 온도조절이 필수다.

한 경기에서 사용하는 퍽은 30∼35개 정도지만 만일을 대비해 80개 정도 충분히 준비한다. 퍽이 최적의 스피드를 내는 온도는 영하 8∼12도 사이다. 이보다 더 낮은 온도가 되면 퍽이 깨기기 쉽다. 온도가 높아지면 마찰력이 커져 아이스하키 경기의 생명인 스피드가 줄어든다. 그래서 퍽은 경기에 투입되면 2분마다 새로운 것으로 교체한다.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보관한다.

8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이기정, 장혜지 조가 중국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강릉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썰매와 스키 컬링의 최적 온도는?

야외에서 벌어지는 스켈레톤은 기온이 영하 7도 일 때 얼음의 상태가 가장 좋다고 한다. 기온이 더 올라가면 얼음이 물러져서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봅슬레이는 영하 10도가 적정온도다. 2명 혹은 4명의 선수가 타기 때문에 스켈레톤보다 더 무거운 하중을 견뎌내는 단단한 얼음이 필요해서다.

스키도 영하 5도 정도의 기온이 최적의 슬로프를 만드는 조건이다.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슬로프는 일반인들이 타는 곳과는 달리 거의 얼음 수준이다. 더 단단하고 더 미끄럽다. 여기서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기 때문에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눈이 더욱 단단하고 더 미끄러워야 한다.

컬링은 얼음판의 온도가 영하 5∼7도 일 때가 가장 좋은 상태다. 여기에 더 필요한 것이 있다. 컬링은 얼음판 위에 자갈처럼 작은 얼음 알갱이가 뿌려져 있다. 이 자갈(페블)을 빗자루(브룸)로 선수들이 열심히 닦으면서 스톤이 가는 길과 회전을 만드는 경기가 컬링이다. 빗질의 마찰력 덕분에 자갈들이 녹으면서 스톤의 스피드와 회전이 만들어진다. 컬링에서 좋은 얼음의 기준은 회전을 줘서 스톤을 밀었을 때 중심에서 약 183cm 떨어졌을 경우다.

컬링은 대회의 수준에 따라 얼음의 질이 달라진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대회용 얼음을 만드는 사람이 존재한다. 아이스메이커라고 부르는데 대우가 일반인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다. 세계적으로 몇 명 되지 않는 전문직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