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라이브’와 ‘사냥개’…경찰관의 애환

입력 2018-03-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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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라이브’의 한 장면. 사진제공|tvN

“심장, 머리, 안면, 성기 부분을 제외한 팔 다리 근육에 쏜다. 임산부와 14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라이브’가 밝힌 경찰의 테이저건 사용 매뉴얼 중 일부다. 테이저건은 경찰관이 위급한 범죄현장에서 전기충격을 통해 범법자의 몸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킴으로써 사태를 진압하는 데 긴요하게 쓰인다. 하지만 자칫 범죄자가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도, 과잉진압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실제 사용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시보순경 정유미는 폭력사건 현장에서 테이저건으로 임산부의 어깨를 쏴 위험에 빠트려 감찰조사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선배와 동료들은 테이저건 사용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라고 충고한다. 결국 정유미는 이를 따른다. 선배와 동료들의 충고는 순전히 제복을 벗지 않기 위해서였다.

드라마 ‘라이브’는 서울시내에서 가장 사건사고가 많은 지역을 관할하는 한 지구대 경찰관들의 애환을 그리며 호응을 얻고 있다. 노희경 작가와 연출자 김규태 PD 등 제작진은 사전 충실한 취재를 통해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만큼 일선 경찰관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인권과 직무집행의 경계, 수사권을 둘러싼 검경 갈등, 범죄예방 시스템의 최소한 정비와 개인정보 이용 및 노출의 사이 등 실제 현실 속 다양한 문제도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정유미의 감찰조사 과정이 표현한, 직업과 생계라는, 경찰관들의 인간적 고민도 비중 있게 다룬다. 때로는 비루하고 비겁하거나, 또 때로는 치졸함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직업인’으로서 모습이다. 시청자 공감이 두터운 배경 가운데 이런 이야기에 대한 지지야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리라.

최근 자유한국당이 14만 경찰관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말았다. ‘사냥개’와 ‘미친개’라는 거친 표현이 등장한 대변인의 논평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권력에 아부하고 권력에 굴종하는” 일부 ‘정치경찰’을 향한 비판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우리는 사냥개가 아니다”며 전체 경찰 조직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예전처럼 권력에 휘둘림 당하는 ‘정치경찰’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여기서 따져 보려는 건 아니다. 다만 ‘미친개’ 혹은 ‘사냥개’라는 맹렬한 비난이 여전히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인간적 고민을 이어가는 일선 경찰관들의 현실을 제대로 가리키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라이브’ 속 지구대장 성동일 경정은 “국가는 우리를 책임지지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며 부하들에게 알아서 처신하라고 말한다. 아마도 드라마 ‘라이브’는 그 의미를 알려줄 것이라 기대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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