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함께하는 일자리 탐구] ⑧ 경기장 아나운서

입력 2018-05-18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유지영 씨는 경기장 아나운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집중력과 끈기, 그리고 경기를 즐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제공 | 두산베어스

■ 두산 아나운서 유지영 씨 “집중력 필수, 즐겨야 롱런”

선수명단·경기상황을 알려주고
경기장 분위기도 띄우는 전문직
“전광판 운영 등 멀티능력 중요해”


흔히 아나운서하면 뉴스 또는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정보를 전달해주는 사람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나운서는 방송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자주 찾는 경기장에도 마이크를 든 아나운서가 있다. 경기장 아나운서 또는 장내 아나운서라 한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 종목은 물론이고 아마추어대회에서도 볼 수 있는 전문직이다. 이들은 선수명단, 교체선수, 판정내용 등을 관중에게 알려준다. 심판 요청이 있거나 장내 소란으로 경기가 방해를 받을 때도 마이크를 든다. 아울러 경기 전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그들의 역할이다.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거나 즐길 줄 모르면 힘든 직업이다. 오랜 시간 경기를 봐야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데, 열정마저 없다면 직업인으로선 오래 가기 힘들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경기장 아나운서 유지영씨를 만났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계방송을 꼬박꼬박 챙겨볼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 웬만한 룰은 꿰고 있었다. 기록원을 꿈꾸며 2000년 KBO 기록강습회를 들었다. 하지만 룰을 아는 것과 기록원이 되는 건 달랐다. 낙담하고 있을 때, 서울시야구협회에서 장내 아나운서를 뽑는다고 해 겁 없이 도전했다. 그곳에서 10년간 경험을 쌓았다. 두산과 인연이 닿아 2013년부터 프로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경기장 아나운서의 매력은.

“잘 보이는 곳에서 야구를 집중해서 볼 수 있다. 또 아나운서는 물론 오퍼레이터, 기록원 등 멀티플레이가 가능해야 인정을 받는다.”


-어떤 일을 하나.

“기록실에서 기록원과 함께 일하며, 아나운서 코멘트는 물론이고 전광판도 운영한다. 룰을 잘 알아야한다. 아니면 기록원에게 일일이 물어봐야하기 때문에 서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두산은 2명의 아나운서가 있는데, 한명은 이벤트를 주도하고, 또 한명은 경기운영을 주로 한다)


-전광판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보통 오후 4시 반 정도에 야구장에 도착하는데, 이후 경기 끝날 때까지 쉴 틈이 없다. 경기 1시간 전에 오더 교환을 하면 그걸 받아서 전광판에 이름을 입력한다. 경기 중에는 볼 카운트가 있을 때마다 전광판에 불을 넣는다. 스코어도 마찬가지다.”


-스피드 업 때문에 더 힘든가.

“그렇다. 선수 소개 후 10초 이내에 타석에 들어서야하기 때문에 타이머를 누른다. 클리닝 타임도 1분이 줄어 4분이 됐다. 화장실 갔다 와서 앉으면 끝이다. 만약 선수 교체가 이뤄진다면 3분40초에는 소개가 나가야한다. 이닝 교체도 2분을 넘어가면 안 되는데, 1분40초가 되면 타자 소개를 한다.”


-어려운 점은.

“매 순간 집중하고 있어야한다. 보통 사람이면 집중에 한계가 있는데, 우린 그걸 뛰어넘어야한다.”


-직업인으로서의 원칙이 있다면.

“최대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관중일 때 전광판을 많이 봤다. 관중들은 전광판에 많이 의존한다. 전광판을 통해 경기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 안 된다. 그게 첫 번째 원칙이다.”


-경기장 아나운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이 직업은 집중력과 끈기, 그리고 경기를 즐길 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런 걸 염두에 둬야한다. 야구 룰을 아는 건 기본이고, 자기 목소리 관리를 해야 한다. 관중들이 듣기 싫은 목소리가 되면 안 된다. 아울러 야구 볼 때 시야를 넓히는 훈련을 하면서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된다. 나도 초창기 때 ‘눈을 펼쳐서 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공만 쫓아가다보면 실수를 하게 된다. 공 있는 곳만 선수가 움직이는 건 아니다.”

그녀는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실시간으로 타율을 볼 수 있는 시대다. 우리가 더 공부해야한다. 또 그런 전문성을 인정받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녀가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