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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배구대표팀. 사진제공|대한배구협회
사실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2010년대 들어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걱정거리를 늘 안고 있었다. 2000시드니올림픽 이후 올림픽 무대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데다 6월 끝난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에서도 최하위에 그쳤다. 김연경(30·터키 엑자시바시)이라는 에이스가 이끄는 여자대표팀과 견줘 위상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V리그에서도 여자부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올라가다 보니 이에 따른 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원로 배구인은 “이번 AG는 한국 남자배구의 자존심 회복은 물론 V리그의 흥망까지 걸린 중요한 무대”라고 강한 어조로 얘기했다.
이는 병역 미필자들의 운명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번 대표팀 엔트리에서 송명근, 부용찬, 이민규(이상 OK저축은행), 전광인, 김재휘(이상 현대캐피탈), 김규민, 정지석(이상 대한항공), 서재덕(한국전력), 정민수(KB손해보험) 등 9명은 모두 병역 미필 자원이다. 최민호(국군체육부대)도 2016~2017시즌을 마치고 입대한 군인 신분이다. 이들 모두 V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선수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팬들은 꾸준히 배구장을 찾아 스타 선수들을 만나길 원한다. AG 금메달은 병역 혜택으로 이어진다. 선수들 입장에선 최고의 동기부여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의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김 감독도 “병역 미필자들이 근래에 보기 힘든 열정과 투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전광인 등 AG 경험자들은 2014인천 AG에서 동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달래고자 더욱 이를 악물고 있다.
병역 문제를 해결한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한선수와 문성민, 신영석, 곽승석은 모두 토스와 공격, 블로킹, 리시브 등 각자 맡은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팀의 중심을 잡는 것도 이들이 해야 할 몫이다. 대표팀은 8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본격 담금질에 돌입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