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침투패스는 경기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입력 2018-07-10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대한민국-독일 경기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펠레, 가린샤 같은 장인들의 낭만적인 드리블과 마라도나의 전설적인 단독질주는 과거의 축구다. 현대축구는 마치 온라인게임처럼 바뀌고 있다. 첨단과학이 축구에 도입되면서 피치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플레이는 세분화되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디테일한 방법이 계속 등장한다. 한때는 패스와 점유율이 세계축구를 지배했지만 이제는 패킹(Pack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상대를 이기기 위한 최고의 가치는 점유율과 패스의 숫자가 아니라 공격패스의 성공이다. 이를 재는 척도가 바로 패킹이다.


패킹은 절묘한 전진패스나 드리블로 상대의 수비수를 제치는 것을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독일과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주세종이 상대 골키퍼 노이어의 공을 빼앗아 손흥민에게 전진패스 했을 때를 보면, 이 패스로 무력화된 독일 수비수의 숫자는 3명이었다. 반대로 상대도 이런 작업을 통해 우리 수비수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 우리 공격수가 성공시킨 숫자와 우리 수비수가 당한 숫자의 차이가 진정한 두 팀의 우열을 가리는 지표, 패킹이다.



패킹을 전문적으로 분석한 업체(i 리포트)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참가국 32개 팀의 패킹수치를 조사한 결과 상위 9개 팀 가운데 이란을 제외한 상위 8개 팀이 8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 3경기를 기준으로 패킹수치 최고의 팀은 벨기에였다. 러시아-스웨덴-브라질 순이었다. <표 참조>


패킹은 의미 없는 횡패스, 백패스를 제외하고 공격으로 완성시킨 순도 높은 전진패스와 드리블을 모은 숫자다. 이 숫자가 많을수록 상대 문전에서 위협적인 공격을 많이 했다는 것이 결과로도 드러났다. 패킹 분석업체는 유로2016도 이런 방법으로 분석했다. 51경기 가운데 34경기는 패킹수치가 높은 팀이 이겼다. 오직 3경기만이 반대 경우로 드러났다. 이는 스루패스와 위협적인 공간패스가 많으면 경기를 주도하지만 결정적인 전진패스가 와도 이를 받은 공격수의 첫 번째 터치가 나쁠 경우 기회가 무산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페널티지역 부근에서 2단으로 방어선을 친 뒤 상대가 뚫고 나갈 틈을 주지 않는 밀집 수비대형 압박축구와 카운터어택이 러시아월드컵의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수비라인을 뚫는 패킹의 가치는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