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5년이 지났지만 애절한 감성 그대로…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입력 2018-07-18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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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합니다.”

애틋하고 감성적인 뮤지컬이다. 다소 먼 길로 돌아왔지만 5년 만에 찾아온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장면들로 관객들에게 다시 왔다.

배우 이병헌·고 이은주 주연의 동명영화(2001)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이번 버전에서 많은 고심을 하고 나오게 됐다. 영화가 나온 지 17년이 지났고 그 영화에서 다뤘던 시대는 더 과거 시점인 1983년도를 다뤘기에 여성에 대한 사회인식 등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된 후 시간이 지나며 우리의 시민의식이 많이 변했다”라고 말한 김민정 연출은 극 중에서 여성의 몸이나 희롱에 관련한 대사를 수정하거나 삭제를 했다.


전반적인 전개는 변하지 않았다. 태희에게 첫 눈에 반한 인우의 과거와 17년 뒤 학교 국어 선생님이 돼 있는 인우의 현재가 교차되면서 인우의 애절한 사랑을 보여준다. 태희에게 자신이 마법을 걸었다며 물건을 들 때 새끼손가락이 올라가게 될 거라고 했던 인우는 남학생 제자 현빈에게서 태희의 모습이 보이면서 혼란을 겪게 된다.

10대 제자와 선생님과의 부적절한 관계라고 보일 수 있고 ‘동성애 코드’를 지니고 있어 일부 관객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줄 수 있음에도 ‘인우’역의 강필석은 ‘태희’에게서 ‘현빈’에게 넘어가는 마음을 ‘유일한 사랑’이라는 감성으로 볼 수 있도록 유연하게 연기한다. 초연부터 재연, 삼연까지 일명 ‘번지 장인’이라 불리는 강필석의 저력을 여기서 볼 수 있다.


‘태희’역의 김지현과 ‘현빈’역의 이휘종의 연기 역시 인우의 사랑을 관객들에게 설득시키는데 일조한다. 사고로 죽은 태희가 다시 환생해 현빈으로 태어난다는 일종의 ‘판타지’를 현실, 그리고 무대로 끌어오는데 있어서 김지현과 이휘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우의 친구인 대근 역의 최호중과 기석 역의 진상헌 역시 중간 중간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역할로 분위기를 환기 시킨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가장 강점은 음악이다. 작곡가 윌 애런슨과 작사가 박천휴를 통해 만들어진 19곡의 음악은 듣기만 해도 극이 떠오를 만큼 섬세한 가사와 감미로운 멜로디로 구성돼 있다.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질 때에 장르가 가진 특성을 잘 살린 셈이다. 또 뮤지컬에서 ‘음악’의 중요도가 얼마나 큰 지 다시금 알게 해준다. 8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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