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한국 배우들 매력적…언젠간 함께 작업하고 싶어”

입력 2018-07-3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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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 황금종려상 수상한 고레에다 감독 내한

15년간 독립영화 외길서 영광 얻어
日 정부 축하 안 한 것? 상관없다
강동원·류준열·배두나 매력 넘쳐


“영화를 만들 때마다 ‘말’을 거는 상대가 있다. 그 상대의 얼굴을 떠올리며 작품을 만든다. 이번 영화에서는 아이였다.”

영화 ‘어느 가족’으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56)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긴 이번 영화는 피가 섞이지 않은 여섯 명의 가족이 한집에 모여 사는 이야기. 혈연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과 다른, 두 아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가족’이란 화두를 꺼내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향한 주류 사회의 시선도 담아낸다.

국내 개봉에 맞춰 내한한 감독은 30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간담회를 열고 “작게 낳아서 길고 오래 잘 키우는 마음으로 모든 작품을 만들어왔다. 15년간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한결같이 온 덕분에 이런 (수상)결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도둑질로 생계를 잇는 가족의 이야기다. 작품을 구상하던 무렵 감독이 본 신문기사가 강력한 모티브가 됐다. 부모가 죽었는데도 연금을 노려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자녀가 붙잡힌 실화였다. 이 사건은 실제 일본사회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때문에 ‘어느 가족’은 단순히 가족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고 일본사회의 문제까지 파고든다. 사회가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영화를 두고 실제로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적인 성과를 거둔 감독에게 아베 총리가 축하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 사진제공|티캐스트


일련의 정치적 이슈에 대해 감독은 선을 그었다. 간담회 전 ‘영화 이외의 질문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가 나왔을 정도. 하지만 관련한 물음이 재차 나오자 감독은 “정부가 (수상)축하 마음을 표하는 건 영화 본질과 그다지 상관없는 문제”라며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한 일본 국회에서 영화가 정쟁 소재가 되는 것도 편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영화가 사회 이슈와 맞물려 해석되는 상황은 “관객의 몫”이라고 열어뒀다. “‘어느 가족’은 가족 드라마라기보다 가족 밖, 가족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에서 일어나는 마찰에 주목했다. 여러 형태로 얼마든지 가능한 게 가족이라는 자세를 가졌다”고도 덧붙였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감독의 영화는 국내서 꾸준히 사랑받았다. 26일 개봉한 ‘어느 가족’ 역시 다양성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상영 5일 만에 4만 관객을 넘어섰다. 일본에선 이미 300만을 돌파했다.

이제 그는 더 넓은 무대로 향한다. 곧 프랑스로 건너가 배우 에단 호크, 줄리엣 비노쉬 등과 함께 프랑스 영화를 촬영한다. 역시 가족 이야기다. 일본을 벗어나 영화를 찍기는 처음인 그는 “만약 프랑스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다면 한국에서도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동원, 배두나, 류준열 등과 교류하는 그는 “매력적인 한국 배우들과 작업할 미래를 기다린다”고도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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