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정상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더 쉬워진(?) KBO리그

입력 2018-07-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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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파죽지세로 올해 KBO리그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정규시즌 1위는 기정사실인 분위기다. 한국시리즈마저 제패한다면 2010년대 전반부를 지배한 삼성에 이어 후반부는 두산의 천하가 될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올해 KBO리그에선 두산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위 SK와의 간격이 30일 현재 8게임차다. 지난주 6경기에서 두산이 4연패를 포함한 2승4패로 주춤했음에도 불구하고 2위와의 격차는 요지부동이다. 2위를 다투는 SK와 한화를 비롯한 나머지 팀들이 물고 물리는 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팬들 사이에선 ‘어우두’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의미다. 이 말에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두산은 독보적이다.

2015년 두산은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삼성을 격파하고 통산 4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듬해에는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KIA의 돌풍에 휘말린 지난해에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모두 준우승에 그쳤지만, 올해는 이미 정규시즌 우승을 예약한 상태에서 ‘V6’을 노리고 있다. 올 가을 마지막 밤에도 웃는다면 명실상부한 ‘두산왕조’의 탄생이 기대된다(향후 몇 년간은 두산의 강세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산에 앞서 삼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연속해서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이룬 해태(현 KIA)에 버금가는 위업이다. 특히 1988년까지는 페넌트레이스가 전·후기로 나뉜 데다, 단일시즌제가 채택된 첫 해인 1989년 페넌트레이스 1위는 빙그레(현 한화)였음을 고려하면 삼성의 통합 4연패가 순도 면에선 더욱 완벽했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 후반 해태를 넘어 21세기 초반 삼성이 KBO리그 역대 최강의 팀으로 등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 두산이 그 삼성을 넘어 KBO리그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선명하게 아로새기려 하고 있다.

사실 해태와 삼성 또는 해태와 두산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호랑이 담배 먹던’ 그 시절과 비교하면 KBO리그가 상전벽해를 이루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3가지가 달라졌다. 외국인선수제도와 프리에이전트(FA)제도가 도입됐고, 구단수 또한 어느새 10개로 크게 늘었다. 그렇다고 해서 해태의 업적을 폄하할 순 없지만, 이 3가지는 2010년대 전반기 삼성과 후반기 두산이 당당히 ‘왕조’를 여는 데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음에는 틀림없다.

잘 알려진 대로 외국인선수가 KBO리그에 처음 등장한 때는 1998년이다. 그 뒤를 이어 2000년부터는 FA제도가 시행됐다. 외국인선수제도와 FA제도 모두는 전력평준화를 위한 장치다. 해태의 독주가 이어지던 시절 ‘타도 해태’를 외치던 팀들이 주도해 전격적으로 도입됐다. 7개 구단 체제든, 8개 구단 체제든 ‘9명이 하는 야구’로는 해태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나머지 팀들이 의기투합해 ‘용병’을 고용하고 ‘타짜’들을 불러 모아 가변성을 증대시킨 것이다.

그 덕인지 새천년으로 접어들어서는 타이거즈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강자들이 속속 나타났다(1997년 말 IMF 구제금융사태로 촉발된 해태의 자체 몰락도 빼놓을 순 없다). 2000년대 초반부 현대와 후반부 SK다. 그러나 그들의 천하(연속우승) 역시 3년을 넘진 못했다(그래도 ‘왕조’의 반열에 근접했다고 평가할 순 있다). 오히려 그들의 대항마였던 삼성과 두산이 2010년대 들어 KBO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2010년대 삼성과 두산의 독주가 더욱 경이로운 이유는 구단수가 늘어난 데서 찾을 수 있다. 2013년 NC, 2015년 KT가 차례로 합류하면서 KBO리그는 순식간에 10구단 체제로 확대됐다. 구단수가 늘면 우승경쟁 또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통제하기 힘든 변수가 그 이상으로 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세기 해태를 능가하는 ‘삼성왕조’와 ‘두산왕조’가 버젓이 2010년대를 관통하고 있다.

흔히 ‘정상은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2010년대 KBO리그에선 이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삼성에 이은 두산의 독주를 보고 있노라면 그렇다. 그만큼 최근 수년간 두산 선수단과 프런트의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이겠지만, ‘박수 칠 일만 남은 듯한’ 나머지 구단들의 냉철한 반성과 치밀한 준비 또한 절실한 2018년의 KBO리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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