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이미지를 바꾼 ‘복덩이’ 호잉의 진짜 가치

입력 2018-08-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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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 호잉. 스포츠동아DB

“수비 하나로 팀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 이글스 박종훈 단장은 2018시즌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타자 제러드 호잉(29)의 활약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호잉은 한화의 복덩이로 통한다.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극단적인 오픈스탠스 타격자세로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냈던 그가 ‘외국인선수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4일까지 103경기에서 타율 0.326(380타수124안타), 23홈런, 90타점, 16도루, 출루율 0.384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선에 힘을 보탠 것은 추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게다가 타선의 핵심인 4번타자로서 중심을 잡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그의 가치를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와 훌륭한 팬서비스도 호잉의 품격을 보여주는 무형의 가치다. 한화 통역 김지환씨는 “호잉의 배려심이 정말 깊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품도 정말 훌륭한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호잉의 진짜 가치는 수비에서 드러난다. 한화는 지난 10년간(2008~2017시즌) 단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팀이다. 이 기간 총 5차례(2009~2010·2012~2014시즌) 최하위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무엇보다 수비가 약하다는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한 게 뼈아팠다. 일각에선 한화의 수비를 두고 ‘행복수비’라고 표현했다. 상대팀에게 기쁨을 준다는 조롱 섞인 표현이었다. 강력한 타선을 자랑한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화의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한화의 팀 수비율은 0.983으로 10개구단 중 4위다. 특히 외야수의 수비율(0.993)과 보살(23개)은 리그 1위다. 내야수의 실책이 추가 진루, 외야수의 실책은 대량실점으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한화 외야의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엄청나다. 그 중심은 단연 호잉이다. 넓은 수비범위와 안정된 포구, 강한 어깨 등 ‘좋은 외야수’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보살(9개)도 리그에서 가장 많다. 무엇보다 추가 진루를 막고 실점 확률을 낮춘 것이 눈에 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상대 타자의 타구가 호잉을 거쳤을 때 진루 확률은 27.6%(174시도 48진루)에 불과하다. 특히 호잉이 뜬공을 처리했을 때 2루 주자의 3루 안착은 단 1회(총 21시도·4.8%)뿐이다. 외야 뜬공 때 3루 주자의 홈 쇄도(19시도 13득점)와 2루타 때 1루 주자의 득점(14시도 4득점), 단타 때 1루 주자의 3루 진루(54시도 12성공)도 쉽지 않았다. 어깨가 강한데다 송구 정확도까지 높으니 상대 주자 입장에선 적극적인 주루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화 스카우트팀 관계자도 “호잉이 공을 잡으면 쉽게 뛰지 못하더라”고 설명했다. 한화가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실점(518점)을 기록 중인 이유 가운데 하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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