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2018코보컵이 남긴 뒷얘기들

입력 2018-08-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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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팀(위쪽)-베트남팀. 사진제공|KOVO

결승까지 준비하고 왔던 태국EST 선수들 예선탈락 이후 무엇 했나
프로배구 아시아시장 공략을 놓고 벌어질 한일경쟁, 지금부터 준비해야
구자준 전 총재의 변함없는 배구사랑, 떠난 뒤에야 실감하는 빈자리
파국을 막고 상생의 길을 조금 연 여고부 신인 드래프트 협상 결과

12일 성공적으로 끝난 2018보령·한국도로공사 KOVO컵에 참가했던 베트남의 베틴뱅크, 태국의 EST는 예선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들이 4강 토너먼트까지 올라 색다른 볼거리를 주고 우리 팀에는 신선한 자극이 되기를 기대했다. 반대로 국내팀 감독들과 구단은 경계했고 불만도 많았다.


● KOVO컵 예선 탈락한 태국 베트남 팀은 무엇을 하고 지냈나

KOVO는 베트남과 태국의 최강팀을 초청하려고 했지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클럽 대회와 일정이 겹쳤다. 그 결과 베트남은 리그 3위 베틴뱅크가 국가대표선수가 빠진 상태에서 참가했다. 태국 EST는 선수구성이 힘들자 다른 팀 선수를 추가해 연합팀으로 참가했다. 국내 팀들의 첫 번째 불만요인이었지만 연합팀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모자랐다. 대회 개막 전날인 4일 도착해 경기를 해가면서 호흡을 맞췄지만 성과는 내지 못했다. 다만 몇몇 선수들은 지금 당장 V리그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KOVO는 해외 팀에 제대로 손님대접을 했다. 결승에 오를 것을 가정하고 체류일정을 정했던 EST는 예선탈락 뒤 13일 귀국까지 시간이 남았다. 이들을 위해 KOVO는 11일 서울 관광을 시켜줬다. 한국의 다양한 볼거리를 즐기면서 V리그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뜻이었다. 베틴뱅크는 기업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보령에 머물며 연습하던 이들은 기업은행과 KOVO의 도움으로 민속촌과 서울명동을 관광했다. KOVO컵 뒤에는 기업은행 훈련장에서 함께 숙식을 하며 연습경기도 한다.

KOVO는 V리그의 흥행과 리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컵대회의 국제화와 함께 아시아쿼터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의 참가는 그런 면에서 많은 참고사례를 만들었다. V리그는 아시아 시장의 공략을 노릴 만큼 발전했고 탄탄해졌다. 올해부터 프로화에 들어간 일본의 V리그도 같은 전략이다. 아시아프로배구시장 주도권을 놓고 펼쳐지는 한국과 일본의 국제화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구자준 전 총재의 보령 KOVO컵 관전이 뜻하는 것은

11일 구자준 전 총재가 보령을 찾았다. 필리핀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지 하루만에 KOVO컵 준결승전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서울에 저녁 약속이 잡혀 있었지만 약속시간을 뒤로 미루고 오후 2시에 벌어진 인삼공사-현대건설의 준결승전을 관전했다. 경기 뒤 감독 등 구단 관계자와 인사를 한 뒤 조용히 떠났다. 그동안 V리그와 인연을 맺었던 몇몇 총재 가운데 퇴임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것은 구 전 총재가 유일하다. V리그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을 보여준 그의 스포츠 열정에 감사드린다.

어느 구단의 단장은 “지금 V리그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리더의 진정한 스포츠 사랑인데 그것을 오늘 느꼈다”고 했다. 떠난 뒤에야 그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요즘 배구인들은 구 전 총재의 떠난 자리를 실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현재 KOVO를 이끄는 조원태 총재는 이번 KOVO컵에 참가하지 못했다. 12일 시상식도 김윤휘 사무총장과 김동일 보령시장이 함께 했다. 모기업 대한항공과 관련한 이런저런 사정으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다.


●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한발 앞으로 나간 여고부 드래프트 협상

2018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여자부 6개 구단과 KOVO, 여자고등학교 감독들이 벌였던 신경전은 서로가 한 발씩 뒤로 물러나면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6개 구단과 KOVO, 8명의 여고 감독들은 8일 KOVO컵이 벌어진 보령에서 협상을 벌였다. 신인드래프트의 일정을 정하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KOVO는 입단지원금을 소수 특정학교가 몰아가는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1억원 한도의 학교별 상한제를 정하고 국가대표 지원에 학교지원금의 10%를 사용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알렸다.

여고감독들은 반발했다. 기존의 지원금 시스템을 수정하지 않고 여고부의 입단지원금 비율(70%)을 고수하겠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격렬해 협상도중 고성도 오갔다. KOVO는 최악의 경우 선수가 개별적으로 신인드래프트에 지원하고 신인선수들의 입단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미루겠다고 했다.

이 경우 학교에 지원금을 줄 명분은 사라진다. 그 경우 파국은 불을 보듯 뻔했지만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 서로의 입장에서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이에 따라 신인드래프트는 9월 19일 오전 11시에 벌어지는 것으로 확정됐다. 대신 KOVO가 주장했던 입단지원금 상한제는 한도를 당초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올려 2019년부터 시행한다.

또 입단지원금의 10%를 대표팀에 지원하는 것도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로 한정하고 이후에는 초중학교에 각각 5%를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감독들은 새로운 제도의 실행을 1년 늦춰 실익을 얻었고 KOVO와 프로구단은 양극화 현상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 목적을 이뤘다. 이와 함께 특정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선수 스카우트에도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 9월 1일 이후 선수가 원 출신지를 떠나 다른 지역의 학교로 전학 혹은 진학할 경우, 그 선수의 입단지원금은 50%로 줄이기로 했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진행되던 선수 스카우트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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