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강민호(가운데)가 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2-4로 뒤진 3회초 2사 만루에서 좌중월 역전 그랜드슬램을 때려낸 뒤 기뻐하고 있다. ‘안방마님’ 강민호는 개인 통산 11호 만루홈런을 폭발하며 팀의 가을야구 불씨를 살렸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강민호는 9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 6번타자 포수로 선발출장했다. 공격에서는 3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1득점의 맹공, 수비에서는 6명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리드하며 그야말로 공수에서 날았다.
강민호가 이날 타선에서 해낸 역할은 상당했다. 삼성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줄곧 팀의 4번타자 자리를 지켰던 외국인타자 다린 러프가 최근 왼발 새끼발가락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주포의 부재는 곧바로 빈약한 공격력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6~7일 두산 베어스와의 2연전을 시작으로 8일 KIA전까지 직전 세 경기에서 단 8점을 뽑는 데 그쳤다. 결과는 모두 패배. 휴식기 이후 NC 다이노스와의 첫 2연전을 모두 이기며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곧바로 3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설상가상 6위 자리까지 KIA에게 내주면서 삼성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됐다. 누구든 해결사가 나타나줘야 했던 상황, 가려운 곳을 긁어준 이는 바로 강민호였다.
강민호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팀이 2-4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맞이한 2사 만루의 찬스. 적어도 적시타 한방이 반드시 필요했다. 강민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적시타를 때렸다. 상대 선발 헥터 노에시의 2구째 가운데 몰린 시속 144㎞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자신의 개인 통산 11번째 만루홈런, KBO리그 역대 통산 만루홈런 3위로 뛰어 오르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6-4의 리드를 가져간 삼성은 선발투수 백정현을 일찍 내리는 승부수를 띄우면서 다시 한번 강민호의 손에 팀 승리를 맡겼다. 3회부터 투수가 바뀌자 강민호는 경기 종료까지 무려 6명의 공을 받아야 했다. 권오준~우규민~장필준~최충연~심창민으로 이어지는 불펜진. 선발 백정현까지 포함하면 좌, 우, 언더핸드 각양각색의 투수들을 리드해야 했다. 점수 차까지 아슬아슬해 강민호가 짊어진 짐은 더욱 무거웠다. 그러나 3회부터 9회까지 투수진과 함께 막강 KIA 타선을 단 1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삼성은 최종 6-5로 승리하면서 3연패 사슬에서 벗어났다. KIA에게 내줬던 6위 자리도 하루 만에 되찾으며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5위 LG 트윈스와는 2게임차를 유지했다.
광주|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