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혹서기보다 더 무서운 ‘AG 후폭풍’

입력 2018-09-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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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빈 곳이 점차 늘어난다.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여름보다 심각하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여러모로 팬들의 실망과 분노를 산 영향으로 풀이된다. 9일 인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SK 와이번스전에서도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띄였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BO가 올해초 발표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의 목표 관중은 879만명이었다. 달성만 되면 10개 구단 체제 이후 3년 연속 800만 관중 달성이자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이 되는 수치였다.

예상한 호재는 꽤 많았다. 굵직한 해외파 선수들의 복귀, 대형 신인들의 등장 그리고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선전으로 인한 낙수효과 등이었다. 앞선 호재들은 실제 리그 관중몰이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AG 선전으로 인한 낙수효과는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는 맹활약을 펼쳤음에도 리그 관중몰이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사례로 봐도 호재로 평가받았던 AG 금메달의 여운은 현재까지 리그 관중몰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혀 끼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의 병역 특례 논란으로 차갑게 식은 대중의 시선이 야구장을 향하는 발걸음까지 끊고 있는 모습이다.

숫자로 면밀히 살펴보면 상황은 더 명확하게 들어온다. 올 시즌 초 KBO리그의 관중몰이는 앞서 언급한 여러 호재를 등에 업고 좋은 출발을 했다. 개막 첫 주를 통계로 내보면 3월 24일부터 3월 31일까지 일주일간 기록된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3153명이었다. KBO가 올해 초 세운 경기당 평균 목표 관중 1만2208명보다 많은 숫자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여름의 악재가 KBO리그를 덮쳤다. 바로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폭염 여파다. 관중수는 폭염이 절정에 이르렀던 8월 들어 크게 감소했다. AG 휴식기 전 마지막 일주일(8월 9일~8월 16일)간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818명이었다. 마지막 뜨거운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였다.

AG 휴식기가 시작되면서 KBO리그는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폭염의 기세가 꺾이고 리그 재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더 좋은 날씨가 계속되며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발길도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폭염보다도 더 뜨겁게 야구장을 내리쬔 것은 성난 야구팬들의 민심이었다. 리그가 재개된 후 첫 6연전인 9월 4일부터 9월 9일까지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9374명을 기록했다. 게임 대진 등 흥행을 결정하는 여러변수가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저지선이라고 할 수 있는 1만명 고지가 무너진 것은 역시 AG에 따른 후폭풍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가을야구를 향한 순위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날씨 등 외부 환경은 좋아지고 있지만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의 수가 다시 늘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줄어든 관중 숫자는 야구팬들이 KBO리그에 보내는 엄중경고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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