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코치’ ML영상과 KBO의 진화

입력 2018-09-2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2018시즌 홈런왕에 점점 더 다가서고 있는 두산 베어스 김재환. 그는 ‘내 손안의 코치’로 불리는 스마트폰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빅리그 타자들의 스윙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타격폼을 완성했고, KBO리그 대표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동아DB

‘내 손안의 코치.’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정보의 바다가 손 안의 스마트 폰에 담겨져 있다.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의 인기는 매년 치솟고 있다. 유해성 논란도 있지만 잘 활용한다면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 있는 훌륭한 스승이다.

2018시즌 홈런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김재환(30·26일 현재 44홈런)은 메이저리그(ML) 타자들의 영상을 보며 지금의 스윙을 완성했다. ML 타자들의 발사각도는 야구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으며 홈런의 시대를 열었다.

과거 코치들은 타구 속도에 주목했다. 빠른 타구가 장타를 만든다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속도와 비거리는 정비례하지 않았다. 때마침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수비 시프트가 도입됐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과감한 시프트로 야수들은 정상급 타자들의 날카로운 타구를 어렵지 않게 척척 받아냈다.

ML 타자들은 발사각도로 이를 극복했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은 투수 뿐 아니라 타자들의 편이기도 했다. 이상적인 발사각도를 위한 반복 훈련이 이어졌고 홈런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담장 밖으로 멀리 날아가는 홈런은 어떤 시프트로도 잡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발사각도로 꼽히는 30~33도의 메커니즘을 실제 스윙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어퍼스윙으로 공을 때려내야 이 각도가 쉽게 완성되는데 국내 지도자들이 야구를 배울 때는 교과서적이지 않은 스윙으로 분류됐었다. 현역시절 KBO리그 최고의 타자였던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우리 때는 그라운드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다. 야구는 확률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땅볼을 만드는 타격을 많이 가르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환경적 차이가 있었지만 이상적인 발사각도를 만드는 스윙은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KBO리그에 전파됐다. 김재환은 수 없이 반복해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속 ML 타자들의 스윙을 보며 자신만의 타격 스타일을 완성했고, 마침내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김재환은 27일 대전 한화이글스전에 앞서 “반복해서 동영상을 본 것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홈런을 노리고 타격하지는 않는다. 공이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각도를 만들어내는 스윙을 항상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하면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재환 뿐 아니라 많은 타자들이 ML 타자들의 영상을 참고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하고 있다. 타격뿐만이 아니다. 세계최고 선수들이 모여 있는 ML의 수비 포메이션도 동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KBO리그에 전달되고 있다. 리그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두산 양의지(31)도 “ML 포수들의 송구 영상을 자주 보며 연구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타자제도가 부활한 2014년, 많은 국내 타자들은 빅 리그 출신 타자들의 스윙을 보고 놀라워했다. 중심이동, 스윙 궤적 등이 많이 달랐기 때문에다. 이미 수년전부터 메이저리그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지만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과는 달랐다. 커리어가 화려한 일부 타자들은 국내 정상급 타자의 개인코치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KBO리그 타자들은 전혀 달라졌다. 호쾌한 스윙을 하는 빅 리그 정상급 타자들을 손 안의 스마트 폰, 책상 위 태블릿 PC에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