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얄궂습니다.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허밍버드 간)’.
1974년 포항에서 태어나 딴 생각 한 번도 안 하고 소설가가 되기만을 꿈꾸었다는 김서령 작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나와 꿈에도 그리던 소설가가 되었고,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어디로 갈까요’, ‘티타티타’ 등을 출간했습니다.
번역가로도 이름이 있습니다. ‘빨강머리 앤’, ‘에이번리의 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두 번째 이야기’와 같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죠.
여하튼 김서령 작가는 그렇게 ‘잘난 척’을 하며 살다(그 이야기는 첫 산문집에 잔뜩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결혼을 했고, 또 화들짝 아기엄마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곤혹스러울 줄 알았는데, 이번 생이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쓸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 독자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음을 알았습니다. “나는 그것들을 내내 쓸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백만가지 이유’로 사랑에 빠져 살던 작가는 “나는 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코트를 입고 있고, 그 주머니마다 별다를 것도 없는 소소한 소망들을 집어넣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사랑뿐만은 아니니까. 또 한 여성이자 개인으로서의 ‘나’는 다른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이 중요하니까.
이 책은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사랑 너머 오늘의 ‘썩 괜찮은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사랑과 연애’, ‘엄마’, ‘작가’, ‘일상’, ‘여행’쯤이 이 책의 키워드가 되겠네요.
첫 산문집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에서 보여 주었던 김서령 작가 특유의 좌충우돌 생활 밀착형 수다가 푸짐합니다. 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 겉에 섬세하고 다정한 감상을 몽글몽글 녹여 초콜릿처럼 코팅해놓은 건 여지없는 작가의 솜씨입니다.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대충 해.”
안생은 힘을 빼고, 가볍게. 그렇게 살기.
“넌 1년에 고향 집을 몇 번이나 가?”
“두 번쯤? 설하고 추석.”
내 대답에 곰곰 생각하던 친구가 말을 잇는다.
“그럼… … 이제 서른 번 정도 남았겠구나.”
“뭐가?”
“엄마를 만날 일…”
- <냉동실의 즐거움> 중에서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